소중한 생각이 달아날까봐

비웃지 말고 그의 등에 대고 정중히 경의를 표해라

by doctor flotte

구부정한 자세로 머리도 기이하게 옆으로 뉘인 상태로 걸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그렇게 걸어왔는지는 몰라도 불편할 뿐 아니라 목과 허리가 아플 것 같았다. 그런데 고통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하도 이상해 보여서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잠시 멈춘 사이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구부정한 자세로 이상하게 걸어가고 있는 겁니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도와 드릴까요? 그 사람은 최대한 나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며, 마치 내가 느끼기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나를 한 눈에 기화시켜 공기 중으로 흩어버린 다음 다시 같은 자세와 속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설명해 주겠다. 길에서 이런 사람을 보게 되면 그리고 그 사람이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멈춰 세우거나 뭔가를 물으려 방해하지 마라. 그 사람은 철학자이고 무언가를 골몰하다가 문제가 안 풀려 짜증과 괴로움 그리고 철학자 특유의 고집스러움으로 몸을 빌빌 틀고 있다가 갑자기 번개처럼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장 그 소중한 생각을 어디에 쓸 데가 없어 글로 쓸 수 있는 데까지 가는 동안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그 상태 그대로 걸어가고 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다가 그 소중한 생각이 달아날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그동안 방심한 사이 소중한 생각들을 얼마나 많이 인사도 없이 떠나보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상하든 이상하게 보이든 상관없이 그 생각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비웃지 말고 그의 등에 대고 정중히 경의를 표해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세상바보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