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ctor flotte Jul 22. 2023

분명 다리가 아플 것이다

물론 그것은 반항으로도 볼 수 있다

분명 다리가 아플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꼭 한쪽 골반이 먼저 아파왔던 것 같다. 골반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허벅지 뼈와 골반이 닿는 어딘가가 아팠던 것 같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아무튼 한 쪽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너무 아프게 돼서 걷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걷다보면 어느새 그 곳에 있던 걱정스런 고통이 사라진다. 괜찮아진 것인지 둔감해 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처음의 고통이 사라지면 나는 발바닥이나 뒤꿈치에 물집이 잡혀 잠시라도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한 꽤 오래 걷게 된다. 짐을 지고 있어도 말이다. 다리는 생각보다 튼튼하다.


도대체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을 걸으며 느끼게 된 것은 아프거나 힘들거나 하면서 온전히 몸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이 없이 그냥 아무생각 없이 걷기만 해도 마찬가지 이다. 나는 숲 속의 나무처럼, 길가의 꽃처럼 걷는다. 나로 돌아가 살아 있는 나의 몸으로 걷는다. 돈을 주고 사거나 남의 힘을 빌리거나 한 것은 하나도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나의 것이었던 내 두 다리로 걷는 것이다. 나는 인간으로서 걷는다. 인간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걸음을 걸으며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내는 한 방식이 된다. 물론 그것은 반항으로도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소중한 생각이 달아날까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