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어처구니없게도
깊이라는 것은 예를 들면 나의 체중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나의 물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어처구니없게도 다음과 같은 순간에 속절없이 깨닫게 된다. 갑자기 튕겨져 내 몸이 어디론가 날아갈 때, 그 짧은 순간 깊이가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고 준비가 안된 나를 삼켜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깊이라는 것이 그저 물리적인 법칙들 사이에 숨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생각해보면 충분히 감사와 경이, 삶에 대한 열정과 수용의 원천이자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하지만 종양처럼 내 몸을 파고 들어오는 그 거대한 질서 앞에서 나의 감사라는 것도 결국 무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