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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Oct 07. 2023

이렇게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운다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는 알 것 같다

나는 달팽이가 어떻게 죽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런 저런 정보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다. 


아이가 친구한테서 무책임하게 얻어온 커다란 달팽이를 단지 내손으로는 죽이기 싫어 키우던 게 몇 년이 된 것 같다. 원래 몇 년을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는 알 것 같다.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죽을 지도 알 것 같다. 


웃긴 게 달팽이도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긴다. 상추가 비싸 호박을 잘게 썰어서 주는데, 그때마다 먹는 모습이 신기해 가까이에서 먹는 모습을 보면 탄력 잃은 살덩어리에 주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껍질에도 나이든 사람처럼 검버섯 같은 것이 생긴다. 껍질의 문제인지 내장 쪽 문제가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먹이를 줄 때 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자꾸 커다란 껍질 속으로 들어가 요즘에는 껍질 입구가 위로 보이기도 하고, 달팽이는 이제 죽어버려 껍질만 남은 것처럼 쓸데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그냥 그렇게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분명 저 껍질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이제는 나오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기력이 다해 마지막 힘으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찾아 들어간 곳이 제 몸 가장 깊은 곳인데 그곳이 죽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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