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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05. 2023

나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삶을 바라보는 일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물론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자기도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지금 내 생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그것은 세상이나 나 자신을 다소 멍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멍하다는 것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집중력이나 끈기도 없고 탁월한 어떤 생각을 만들어내지도 않지만 자주, 그러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이라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이런 순간들이 많았겠는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뭐랄까, 매일같이 새벽1시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책임감을 수행하기 위한 어떤 멍함이다. 정말 어떤 것을 노력해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삶으로부터 완전히 거리를 둘 수 있는 어떤 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이런 나에게 정확하게도 ‘삶을 바라보는 일에 중독되어 있다’고 말할 것이다. 좋아서도 아니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한다. 


굳이 내가 이걸 능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물론 그건 정말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는 것이겠지만, 바로 그 멍함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멍하게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서 버티다가 침대에 눕는다. 그뿐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없다면 정말 나는 전원이 꺼진 전자제품처럼 뚝 하고 꺼져버릴 것 같다. 달팽이보다도 못한, 왕사슴벌레 만도 못한 괴상한 생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능력이라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능력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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