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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05. 2023

나는 뛰는 게 좋다

몸은 땀을 흘릴 때 비로소 자기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이다

런닝머신에서 20분 째 뛰고 있다. 속력은 시속 7Km를 유지하는데, 그건 너무 숨이 차서 뛰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아마도 20분 정도를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뛰는 게 좋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야 몸과 정신이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책상에 앉아 몸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이다. 몸은 땀을 흘릴 때 비로소 자기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땀은 일반화되지 않는다. 런닝머신에서 느끼는 몸과 정신의 규형이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즉 그것은 특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가능하며, 얼마든지 반복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화되지 않고 그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숨이 차는 순간은 결코 일반화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매번 아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위치에 있는 런닝머신에서 20분씩 뛴다. 그리고 언제나 비슷한 시간이 흐르면 땀이 나기 시작하고 약간 숨이 차오른다. 나는 일부러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켜놓은 런닝머신 앞의 모니터를 끈다. 가능한 한 똑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거의 모든 것이 똑같다. 하지만 나는 땀이 나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자꾸 경험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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