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ctor flotte May 05. 2023

내 ‘몸’이 그것을 너무 잘 아는 것일 지도

도대체 무얼 어디까지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사람들이 쉽게 말하듯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그것을 너무 잘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무얼 어디까지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 알지 못하기도 하고 다 모르지도 않다.


내 몸이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몸은 정말이지 내 생각보다 더 잘 인간과 삶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알아서 성장하고 땀을 흘리기도 하고 병에 걸리기도 늙기도 하고 알아서 잘 죽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과 삶을 충분히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이 몸의 측면에서 얼마만큼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얼마만큼 모르는 지도 모른다는 한에서 ‘다른 방식으로 잘 알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마구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이미 내 생각을 뒤로 하고 나와 내 삶을 잘도 끌고 가는 어떤 원리 대한 동의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뛰는 게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