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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05. 2023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 속 쇳소리가 입을 통해 나오는데 어떻게 너의 삶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를테면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밤에 집에 돌아와 밀린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빨래를 널고 있는 부모의 상태이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았으니 약간 그 피곤함은 가신듯 하지만, 당장 자고 싶은 마음을 멈춰 세우고 그렇게 집안일을 하는 부모의 육체적인 피곤함이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몸은 피곤하지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고, 당장 잠을 자도 모자란데 그래도 부모라서 해야 하는 집안일이 있는 것이다.


어두운 밤 그렇게 집안일을 해야 하는 부모에게 자기 전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읽으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몸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 부모는 정말이지 무죄이다. 몸 속 쇳소리가 입을 통해 나오는데 어떻게 너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몸이기 때문에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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