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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Dec 28. 2023

지구의 작품이다

이러한 삶의 훌륭함은 눈부셔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데, 다시 말해 스마트하다고 자처하면서 삶을 한 없이 단순하게 만들고 이제는 그것을 이해할 최소한의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삶은 나보다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무엇을 해 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입고 있는 이 인간의 삶 자체가 훌륭한 것이다. 나는 놀라운 방식으로 세상을 걸어 다니고 즐겨왔다.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했고 내 체질에 맞는 무언가를 하면서 행복해 했다. 놀라운 방식으로 죽음을 밀어내고 마치 세상이 영원한 삶을 허용한 것처럼 안심하며 착각 속에 잘도 살아왔다. 세상을 포함해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구만한 시계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움직여 오고 있다. 이러한 삶의 훌륭함은 눈부셔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과연 우리는 무얼 더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놀라운 삶의 한 복판에 거저 있다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 이 사실에 대한 직시와 이해는 매너리즘이 아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그리고 또 똑같을 내일은 별 볼일 없이 잊힐 시간들이 아니라, 나의 삶이라는 것과 거대한 세상이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과 협력으로 매번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지구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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