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by J young

저의 학부 전공은 불어불문학이었습니다.

그때는 인문학에 관심이 없어, 문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특차입학으로 경영학과에 떨어져, 고3담임선생님이 안전하게 그냥 쓰라는 대로

입학을 하고 나서 참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렇게 적성이 없는데도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이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 인생의 선택 중에 하나입니다.

그냥 모든 것이 운명대로 가는 하나의 길이었다고 말하는 길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야기하며 부조리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이야기하신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인생을 진지하게 살지 않고(어쩌면 진지하게 살지 않을 수 있는 나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과

자아에 대한 탐색 없이 주어진 인생을 살던 나에게는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잘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이 작품을

40 넘어 50 가까이 되는 시점에 읽어보며

그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생각을 나누어보자 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무의미한 삶을 살아갑니다.

고도가 오지 않는 상황에

양치소년의 고도가 내일은 올 거라는 반복되는 거짓말에도

내일은 고도가 올 것이라 생각하며

두 주인공은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가며

그렇게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 희곡을 읽으면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안오기 때문에

내일 고도가 올 거라는 사실만으로 지금 이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도가 오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 희망사항, 또는 닿을 수 없는 저 멀리 있는 이상 같은 거인 걸까요?

하지만 그러한 이상 하나를 안고

두 사람은 무의미한 오늘을 살아내며, 고도를 기다리는 오늘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오늘은 사는 저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그 고도를 기다리는 의미로 살아내고 있지 않는가 합니다.

막상 고도가 오면 오늘을 사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는 고도가 오지 않는 것이

그들이 삶을 살아내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목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어내면 허무해지는 것.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고도를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고도를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내고

그렇게 살아내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고,

그렇게 또 다른 고도를 기다리며

오늘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체 없는 고도는

사실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이 아닐까요.

그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상은 이루어지기에는 넘 멀리 있기에 이상이고,

이루어지면 이상이 아니기에

그 자체로 이상은 이상인 채로

나의 삶을 이끄는 고도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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