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현대 사회 생존법>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을 맞출 수 있습니다. 머리맡의 스마트폰 화면을 꺠우는 일. 그리고 그날의 뉴스나 친구들의 sns 업데이트를 체크하는 일보다 더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모닝 루틴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내가 잠든 사이 세계의 비극은 분주하게 일어납니다. 친구들의 인스타스토리에 그들이 보고 듣고 맛본 것들은 내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공유됩니다.
자, 이제 당신은 당신만의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 하루의 출발은 만족스러운지 묻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당신의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 사회가 강제하는 타인의 비극과 희극, 생활의 전시를 먼저 알게 됩니다. 당신이 여기에 대해 느끼는 이 찝찝하고 불쾌한 감정은 대체 뭘까요?
그건 나도 모르게 나는 소외되고 있는 현대의 풍경입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바깥의 풍경은 나를 따돌립니다. 나는 세계의 비극에 무력하고 그들의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은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타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고, 아니 무엇보다 나의 소망에 부합하는 생을 살 수 없는 루저라고 느낍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나요?
그럼에도 다음 날, 나는 또 그 트리거를 자처해서 다시 실행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잠깨우는 한,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 세상의 뉴스와 친구들의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한, 이 소외와 좌절감은 끈적한 오물처럼 나에게 달라붙어 어디까지나 나를 따라다닐 테니까요.
알랭 드 보통은 거의 보통명사화된 작가죠. 사람들의 내밀한 심리와 사회가 만나는 지점을 그만큼 통찰력 있고 위트 있게 간파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그는 내가 왜 너를 사랑하는지, 왜 가장 친한 친구의 성공을 가장 시기하게 되는지 내가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모호한 감정을 예리하고 적확하게 언어화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던 작가도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 중년을 넘고 어쩌면 노년기 초입 앞에 서 있는 보통은 현대사회가 주는 현대인의 불안, 시기심, 절망, 좌절감을 여전히 직시하지만 살아본 자로서의 체념적 정서가 조금 더 가미된 느낌입니다. 즉, 이제 그는 더 이상 인간에 대한 기대와 생에 대한 설렘이 엿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망했냐고요?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그에게는 이제 진짜 삶의 철학자로서의 모습이 농후합니다.
이를테면 그의 현대인의 삶에 대한 귀결은 이렇게 납니다.
우리는 삶이 병원이 아니라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이라는 것을, 인간은 죽을 운명이고 병든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매순간 불안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우리는 한없이 나약하며, 항상 새로이 실망스러운 현실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들에게 절대 '잘 산다' 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현대 사회 생존법>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못 살고요, 남들이 잘 산다는 말도 별로 믿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아침의 루틴이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힘겹게 힘들게 사는 현대 사회에서 잘 사는 것처럼 위장하는 전시를 서로 굳이 확인해서 불행해질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