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기 힘든 사람들> 도하타 가이토
모든 것이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원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존재마저 그에 상응하는 가치로 계량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의 직업, 그 사람의 연봉, 그 사람이 몸에 걸치는 것, 타고 다니는 차, 사는 집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강인한 체력, 젊음과 상대적으로 늙음, 장애, 질병 등 개개인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흔히 불편, 약함, 번거로움, 사회적 비용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기본적으로 약해서 언제든 질병, 사고, 노화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건강하고 젊은 사회인으로 기여한다고 해서 그것이 영속적인 안정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내가 잠시 실직 상태에 빠져 경제적 자립이나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내 존재는 무의미하게 되는 걸까요? 그냥 여기 있음으로 괜찮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걸까요?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있기 힘든 사람들>은 임상심리사인 저자 도하타 가이토가 구직 활동을 하다 우연히 오키나와의 한 '정신과 주간 돌봄시설'에서 주로 조현병 환자들을 돌본 4년의 기록입니다. 학부 4년, 대학원 5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학위를 취득한 도하타 가이토는 이른 나이에 벌써 가장의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기에 여러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여, 처우 등을 감안하여 그가 시작한 일은 이제 현직 상담사로서의 본격적인 치료 업무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즉, 그는 돌봄시설에서 일하게 됐지만, 자신이 할 일은 사소한 돌봄이 아니라 환자들의 깊은 속내를 듣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뭔가 변화를 이루어 내는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이 시설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은 그저 '있기'였습니다. 소위 '멤버'들과 함께 그저 담배를 피고 그들을 승합차에 태워 운전해서 이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고 같이 소프트볼을 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지루한 일상을 보낼 거라고는 그는 생각도 못했던 거죠. 이 시설에서 뭔가 대단히 생산적인 일이나 입소한 환자들을 잘 치료해서 정상인으로 사회에 내보내는 일은 안타깝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것만으로 도하타 가이토의 이 시설에서의 4년은 눈깜짝할 새 지나가버립니다. 이 이야기는 돌봄시설의 현실을 다룬 논픽션임에도 나름 유쾌한 시트콤 같은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어떤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냥, 그저 이렇게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우리는 평생에 어느 시기에는 반드시 돌봄의 대상이나 주체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일에는 자본주의의 언어로는 포장할 수 없는 누수가 발생합니다. 대단한 시장의 가치가 생겨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일상을, 그 존재를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일에 꼭 어떤 명확한 결실이나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 점이 인간이라는 사람이라는 우리 존재의 독특한 습성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 지구상에 단지 시장 가치를 더하기 위해 태어나 살다 죽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의 의미는 단지 그런 것들로 요약되거나 환원될 수 없습니다.
그냥, 여기에서 그저 있어도 괜찮은 존재, 그저 있기를 지탱하는 그 호혜적 돌봄의 의미는 거기에서 생겨나는거겠죠. 그냥, 여기에서 버티며 일상을 사는 당신,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