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시나요? 여기 이 자리에 있던 내가 사라진 이후의 세계 같은 것을요. 사람들이 흔히 잊고 사는 가장 확실한 명제 하나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더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 볼까요. "나는 반드시 죽는다."
내가 지금 20대라면 추상적인 명제를 머리로 생각하기는 쉽지만, 그 소멸의 확실성을 나를 주어로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죽어 사라져도 '나'라는 절대 주어는 굳건히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없다면, 우리는 청춘의 치기나 희망, 무모함과 멀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소멸을 맞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다음'을 기약했던 친구와의 만남이 친구의 장례식장이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내 옆의 친구가 갑자기 그렇게 갈 수 있다는 건, 결국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가 한 존재의 사라짐으로 그렇게 갑자기 불현듯 끝나버릴 수 있다는 깨우침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 심지어 그걸 가졌다고 착각하는 나조차도 그렇게 허무하게 흩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는 모두 사라질 텐데 이렇게도 괴로워하며 영원히 살 것처럼 달리는 걸까요.
줄리언 반스를 따라 읽다 어느 순간 작가 자신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선언한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그랬습니다. 내 곁에서 함께 쭈욱 가게 될줄 알았던 작가가 이제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날 것을 알고 감히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작품을 읽는 일은 연인에게서 흡사 생각지도 않았던 이별 선언을 들은 것처럼 당혹스러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목은 무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이기도 하고요.
이 소설은 줄리언 반스의 간명한 자서전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소설이라는 장치를 빌리기는 했지만, 과연 허구일까 싶을 정도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군데군데 투영되어 있습니다. 사랑했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자신의 암투병,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이야기들. 작가가 그의 생애의 결말부에서 직접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게 되는 처연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우리 인생의 그 덧없는 종지에 대해 가지는 예리한 통증이 절절하게 전해져 옵니다.
"나는 현재에 살지만, 나의 미래는 과거로만 존재할 수 있다."
- 줄리언 반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쓰고 당신은 지금 읽고 있다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이 순간조차 아주 먼 과거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백년쯤 뒤에 이 페이지를 발견하고 흠칫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고통들도 결국 다 흐릿하게 지워지겠죠. 그러니 다들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