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언 고닉 <사나운 애착>
부모님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어떤 감정이 밀려오나요? 부모는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출발이자 내가 이 세계에 발붙이고 살게 한 추동력이기도 한 존재지만, 한편으로 어리고 무력했던 나를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 시간에 대한 원망도 누구나 조금쯤은 있을 겁니다. 우리는 순도 백 프로의 감정 안에 있기 힘든 존재들입니다. 누군가를 전적으로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죠.
우리는 부모로부터 왔지만, 부모로부터 나아가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나운 애착>,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애착'이라 하면 연상하게 되는 따뜻하고 끈끈한 유대는 제목처럼 묘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대인 공산주의자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딸은 그 어머니의 '인생 저장소'이자 어머니 신념, 편견의 '배신자'가 됩니다. 시간 앞에서 사라져가는 어머니의 인생은 작가인 딸의 시선으로 여과되어 저장되고 표현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를 관찰하고 때로 판단하고 심판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결국 그렇게나 탈출하고 싶었던, 싫어했던 부모님의 약점 또한 고스란히 우리에게 스미게 합니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아빠 같은 인생은 싫어."라고 외쳐보지만 결국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며 우리는 다시 우리의 아이들 앞에 또 다른 참조점이자, 탈주의 표식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이 아이러니가 인생이란 여정의 함정이자 묘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인생처럼 이렇게나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