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4년이 지나 고2가 된 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복도로 나가다가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과 만났고 우리는 “꺅~~~”소리를 지르며 껴안고 방방 뛰었다. 한 명은 누군지 바로 알아봤는데 한 명은 성숙한 느낌에 마스크를 하고 있어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선생님 저희 알아보시겠어요?” “암요, 당근 알죠. 근데 너는 누구세요?”라고 물으니 “저 ㅇㅇㅇ예요.”라는데 순간 예전의 그 아이가 기억이 나며 반가운 마음에 “어머 어머 어머” 하며 덥석 손을 잡고 흔들었다.
교실로 들어와 폭풍 수다를 떨었는데 이 친구들은 졸업하고 처음으로 찾아왔다고 해서 나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기도 했다. 이중 한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영으로 이름을 날린 친구였다. 초등부에 이미 국가대표 자격으로 시합 출전을 나가 여러 상을 탔고 신문에도 이름이 실릴 정도로 실력 있는 아이였다. 중학교도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준비해 줄 수 있는 학교로 갔던 기억이 있다. 이 아이와는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져 있어 매주 온라인에서 소식을 알고 있었고 대면으로 보니 어제 보던 느낌으로 반가웠다.
다른 한 명의 학생은 초등 때부터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던 아이였는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꽤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특성화고에 들어갔단다. 그 학교에 들어가려면 공부도 공부지만 실기 실력도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친구는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을 것이고, 지금은 그곳에서 똑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 속에서 애쓰며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살짝 속이 쓰렸다. 이 친구들은 그 어렵다는 예. 체능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그러나 예. 체능을 한다는 건 공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험난한 싸움을 매시간 하고 있기에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갖고 있는 간식을 건네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음으로 전해주는 말 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구나. 예. 체능의 길이 얼마나 치열한지 선생님도 알고 있단다. 너희는 학습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게 정신력 관리라고 생각해. 그런데 정신력을 키우는 방법은 많지 않은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거란다. 선생님도 경험해 보니 그렇더라고.” 아이들은 고등학생답게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에 담았다.
훌쩍 커서 어른이 다 된 제자를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반갑기도 기특하기도 자랑스럽기도 안타깝기도 헤어짐이 서운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오른손을 움켜쥐고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너희가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든 너희의 꿈을 응원한다. 아주 격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