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로 9박 10일가량 4명의 소그룹으로 비전트립을 갔다. 찜닭을 만들어 그곳의 여러 분들에게 대접하고 한 학교로 가서 그곳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2시간의 시차가 있어 현지 5시에 일어나 (우리나라는 7시) 움직이기 시작해서 그곳 시간으로 3시가 되면 우리의 몸은 한없이 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모든 일정을 오전을 중심으로 점심시간까지 이어졌고 그 이후는 그곳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웠다. (사실 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아 호텔로 바로 돌아오곤 했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갔다가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온 날, 한 선교사님의 일터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큰 가정집을 개조해 사무실로 사용하는 곳으로 국제 선교단체의 여럿이 모여있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맞은편에 따로 떨어져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여성들의 다양한 행사들과 상담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은 만났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음에도 선한 미소로 맞아주셔서 낯을 심하게 가리는 나도 금세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분은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현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분들과 책 나눔을 하며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세우는 일을 하셨다. 나에게도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점점 신이 나셨는지 원래는 5분 정도의 시간에 소개만 하기로 했는데 책소개만으로도 5분을 훌쩍 넘겨버렸다. 나는 그분의 비언어적인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이지만 그 안에는 강직한 자신만의 소신이 있었고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선한 영향력에 대한 확신의 긍지가 느껴졌다.
이분은 상담학 박사로 그곳에서 봉사하는 선교사님들과 그 가족들의 상담을 하는 일을 하셨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사례들을 들려주셨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온라인으로도 상담을 비밀리에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계셨다. 중년의 위기나, 감정, 스트레스의 두 얼굴 등 다양한 주제의 상담이 이루어졌고 특히나 청소년의 주제가 화두였는데 이분이 서두에 하신 말씀이 귀에 꽂혔다. "우리에게 자녀는 가장 귀한 손님이에요, 앞으로 머지않아 떠나보낼 귀한 손님이지요."
와, 어찌나 맞는 말인지. 진짜 과거에 이진리를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더 잘해주고, 덜 상처 주고, 덜 상처받고, 더 사랑하고, 더 따뜻하고, 덜 냉철하고, 더 객관적으로, 더 친절하게 자녀를 만났을 텐데. 그 손님이 다 큰 뒤에야 나는 제일 귀함을 깨닫는다.
태국의 한 도시에서, 그 도시의 외곽 어딘가에서, 그 어딘가의 한쪽 건물에서 계획에도 없는 멋진 분을 만나, 그분의 말씀을 통해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떠나보낼 자녀의 귀함에 대해, 내 손에 맡겨진 학생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다시금 생각한다. 또한 이분이 하시는 선한 일들로 태국땅에서 혼자서 삶을 버거워하는 분들이, 인생의 수레바퀴를 벗어나 헤매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기의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시 느끼지만 세상에는 참으로 멋진 분들이 곳곳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