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는 없다

태국이야기 3

by 영자의 전성시대

태국으로 출발하며 맡은 일이 몇 년 전 방문했던 치앙라이의 한 학교에 재방문해서 1~2학년 아이들의 수업하는 것이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마치 전교 체육대회처럼 전 학년을 대상으로 10개 정도의 부스를 만들어 체험하고 오후에는 운동장에서 1시간가량의 게임을 진행했다. 나름 여러 선생님들이 꽤 많은 준비를 하고 갔는데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흥미 있는 것들로 준비했건만 태국 아이들은 조심스러워했고 주춤주춤 소극적으로 활동했다. 팀장이었던 나는 그날 아이들의 반응에 의기소침해져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분석하며 마음이 불편했었다. 아마도 민족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태국민족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고심하며 준비했다. 태국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소근육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고, 집중력이 좋았다. 어린아이들도 꽤 오랜 시간 집중해서 한 작품을 완성했고 자신의 작품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한복 만들기 등 만들기 자료 두 개와 폴라로이드 사진과 펄풍선을 준비했다. 원래 하려던 솜사탕 만들기와 달고나 만들기는 많은 아이들 속에서는 불가능했기에 빼기로 했다.


제일 중요한 것, 이들은 예의와 질서가 무척이나 중요한 사회 속에 배웠기에 선물을 1개 이상 받지 않고 더 주려하면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카드와 필기도구가 가득 들어간 필통과 점심 식사 후에 먹을 간식정도로 준비해 두었다.


당일 출발하는데 2시간으로 예정했던 수업시간을 1시간으로 줄여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아쉬웠지만 그리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간 학교는 예전과 같은 모습에 정겨웠고 교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아이들을 보니 더욱 반가웠다. 시간이 없어 바로 흩어져 한 교실에 두 부스씩 해서 아이들을 4모둠으로 나누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너무나 반짝거리는 눈빛을 한 아이들이 더듬거리며 영어와 짧은 태국어로 말하고 나에게 어찌나 집중해 주는지 시종일관 웃음이 나서 참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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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작품은 상상이상으로 잘 만들었고 한 번만 설명해도 아이들 스스로가 알아서 만들어냈다. 중간에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둘러보셨고 아이들의 반응에 흐뭇해하셨다. 특히나 저학년 담임선생님이 처음부터 우리 옆에서 통역하며 진행 사이마다 협조적이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 1시간 예정해 놓은 시간이 다 되어갔을 때 30분 더 수업을 진행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더 신나서 수업을 마무리해갔다.


그때 작은 손에 뭔가를 들고 바가지 머리를 한 귀여운 여자아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손에 무언가를 꼭 쥐어 주었다. 손을 펴보니 태국어로 된 쪽지가 들려있었는데 사실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옆에 계신 분이 보시더니 "사랑합니다"라고 쓰여있다고 알려주셨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편지나 쪽지를 받는 것은 다반사인데 다른 나라 학교에서 다른 나라의 아이에게 이런 쪽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 아이를 기억하고 싶어서 함께 사진을 찍으려 했다. 아이는 그 조그마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와 나는 오늘 만난 사이였지만 마치 아주 오래된 사이처럼 느껴졌고 진심으로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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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우리 학교의 아이들이 자식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지듯이 조금 전 만났던,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으로 말하고 온몸으로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귀엽고 소중했다. 어느 나라든 아이들은 작고 소중하고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단체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과 함께 한 감동을 사진으로 박제했다. 다시 내 얼굴을 보니 그리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들에게 베풀기 위해 온 우리인데 이들로부터 다시 살아갈 기운을 얻는다. 감사하다. 아이들과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아가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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