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있어 쉬는 날은 금쪽같다. 5월 1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떻게 놀아야 잘 놀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이 <역사를 통한 인문학> 강의가 시작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강의라서 긴장도 되고 준비도 해야 했기에 쉬는 날이 쉬는 날이 아니었다. 아침 여유를 부리며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점을 먹고 간단한 화장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대낮의 커피타임을 하며 강의준비를 마친 뒤, 첫날이니 좀 일찍 출발해서 그곳에서 준비를 할 계획이었다.
슬프게도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다시 누우려다 먹게 된 아침이 그대로 급체로 이어졌고 과로증상까지 나타나 몸이 뒤틀렸다. 식은땀에 등이 다 젖고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다 급기야 여러 번의 구토 뒤 쭉 뻗어버렸다. 어떻게든 강의 준비를 마무리해야 하기에 가까스로 일어나 책을 10분가량 보는데 시야가 흐릿하며 읽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놓고 다시 잠이 들어 출발시간까지 잤다. 얼굴은 붓고 손발은 덜덜 떨렸다.
“전화해서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 쉰다고 해” 가족들이 계속 이야기했지만 책임감 갑인 나는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죽더라도 가서 죽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로 미련하기 그지없다는 걸 안다. 울렁거림을 참고 평생학습관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차멀미까지 해서 내 몸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행히 일찍 도착해서 차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좀 더 자고 난 뒤, 기어가듯 건물로 들어갔다. 운전해 주던 남편은 연실 “아프면 다음에 한다고 하고 나와!”라며 걱정했다.
5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곳에 내 강좌 안내가 붙어있어 그 와중에 반가웠다. 그런데 내린 5층의 분위기는 무언가 이상했다. 너무 어수선하고 강의실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마침 사무실에서 나온 선생님을 만나 물어보니 “오늘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날인데요..?” 하시는 거다.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올라간 건데 내 머리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엘리베이터에 있던 게시판을 다시 보니 개강날이 다음주가 맞았다.
‘어우, 세상 나처럼 미련하고 멍청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며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속으로 ‘엄청 잔소리 듣겠네’하며 다가가니 “그래도 다행이다. 강의 안 해도 되니 쉬면 되겠네. 얼른 가자.”하고 말하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남편 말이 맞았다. 강의를 안 해도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픈 몸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며 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쉬는 날이라고 손꼽아 기다린 하루가 다 지나갔다. 하루를 뒤돌아보며 강의를 안 해서 웃어야 할지, 허튼짓 해서 힘들었으니 울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휴, 참으로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