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울컥

by 영자의 전성시대

작년인가? 독서 동아리에서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라는 도서로 독회 모임을 했었다. 어렵지 않은 내용들과 쓸모 있는 역사적 구성으로 재미있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역사를 통한 인문학> 강의를 준비하며 ‘역사의 의미’에 대해 한 차시를 강의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 <역사의 쓸모>의 부분을 인용하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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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연필로 죽죽 그은 부분이 다수 보이는 정말 내 책이다.(나는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부분은 연필로 표시하고 그 부분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적는다. 그때 나와 작가와 텍스트가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흥분을 느낀다. 또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다시 읽기를 통해 머릿속에 각인하려 노력한다.)


처음 부분의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의 들어가는 글과 1장의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의 부분이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가?’의 작가의 답이 들어가 있어 유의미했다. 더 나아가 결국 역사 또한 인문학이므로 역사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역사를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일 수 있겠다.


강의에 쓸 목적으로 글을 분석적으로 읽다가 갑자기 책이 앞으로 쏠리며 맨 앞장인 간지가 펼쳐져 버렸다. 그 순간, 나의 시선을 잡아 끈 메모 “2020. 08. 07, 솔기가 엄마에게♥, I love you so much”가 보였다. 심장이 멈춘 느낌, 이전에 역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모든 생각을 잊었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 받던 2020년 8월로 시간이동을 했다. 더운 여름, 아마도 경주의 번화한 거리 속 작은 독립서점에서 북적거리던 사람들 속을 뚫고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중, 역사를 좋아하는 날 위해 큰딸이 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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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좋아져서 매일 영상통화를 하며 아이의 하루를 늘 알고 있고, 얼굴도 보고 있지만, 아이의 글씨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며 별안간 울컥했다. 그리고 나도 그 밑에 대답하듯 “솔기가 사준 책, 2023. 5. 3, 두 번이나 읽고 있다. I miss you so much”라고 썼다. 왜 울컥했냐고 누가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게 ‘자식’이라는데, 나는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자식’을 저 먼 곳에 두고 살고 있는지... 싶기도 하다.


별안간 울컥했던 내 마음을 분석하면서 저 멀리 보냈던 ‘역사’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역사와 자식의 간극을 느끼며 다시 마음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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