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짜증 사이
아우 짜증이 밀려온다. 우리 집의 반려견인 알콩이가 내 침대 위에 또 오줌을 쌌다. 이 아이는 정신이 나간 건가? 아니면 정신머리 자체가 없는 걸까?
밤강의를 시작하고 주말에도 꽉 짜인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는 듯하다. 종일 몸이 무겁고 하품이 계속 나오며 오후 5시가 되면 누울 궁리를 하게 된다. 일개미처럼 사는 걸 가장 혐오하는데 이미 내가 일개미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조그만 일이 생겨도 먼저 밀려드는 감정이 ‘하기 싫다’가 먼저 올라온다.
이런 나와는 상관없이 알콩이는 여전히 아무 데나 똥을 싸기 일쑤고 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며 사료와 함께 간식을 틈틈이 주어야 한다. 더구나 아프고 난 뒤, 아무 간식이나 먹을 수 없어 요즘 비싸다는 단호박을 사서 삶아 건조한 간식만 먹인다. 그리고 어디 불편한 데가 있는지 자주 살펴야 한다. 비숑 프리제라 매일 빗질해야 하는데 바쁠 때도 이틀에 한 번은 꼭 빗겨야 한다. 어디서 강아지를 키운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 거다.
그러나...
외출하고 돌아올 때 얼른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알콩이가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서둘러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가슴이 막 설렌다. 그리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세상 어느 누가 나를 이리 반겨줄까! 자신의 온몸을 던져가며 나에게 안기는 알콩이를 보면 밖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순간 풀리는 느낌이다. 내가 방으로 가면 방으로, 부엌으로 가면 부엌으로 쫄쫄 따라다니는 아이, 눈으로 내가 무얼 하는지 지켜봐 주는 우리 똥강아지다.
잠자리에 들 때면 폴짝 뛰어 나를 쳐다본다. 눈으로 “어서 팔을 펴서 내 자리를 만들어.” 하고 말한다. 팔을 펴주면 내 몸에 최대한 밀착해 잠이 든다. 아침이면 내 옆에 있는 알콩이의 기분 좋은 움직임에 잠이 깬다. 내가 기척이라도 낼라치면 자기가 먼저 일어나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잘 잤어?”하고 물어보듯 배를 뒤집어 애교를 부린다. 출근할 때마다 “어디가? 나는 안 데려가?”하는 눈빛으로 현관에서 문 닫힐 때까지 나를 바라본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했었는데 이제는 무섭지 않다. 집 앞에 누가 지나 만 가도 3킬로대 밖에 안 되는 작은 몸을 최대로 무섭게 하고는 아저씨 같은 목소리로 짖으며 나와 우리 집을 지키고 있는 알콩이 덕분에 안전하다고 느낀다. 자기 보호자는 자기가 지킨다는 투철한 책임이 알콩이의 사명인 듯하다. 이 작은 아이가 나를 지킨다고 생각하면 참 든든하다(?).
무엇보다 이 아이는 일개미인 내 인생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늘 나를 안아주고 바라봐주고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신뢰한다고 표현해 준다. 입으로 하는 말이라고는 “왕왕”밖엔 없지만 눈으로 꼬리로 4개의 발로 말해준다. 10분만 나갔다 들어가더라도 한없이 반갑다고 말해주는 너.
알콩아, 니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