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설레임 먹고 싶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오늘도 평범한 하루로 시작했다. 다만 바로 학교로 출근하지 않고 살짝 돌아 스타벅스로 가서 최애인 숏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사서 왔다. 커피를 손에 쥐었을 때의 작은 설레임이 좋다.


차 안에서 정동원 아가가 부른 <여백>이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라는 가사가 나온다. 오늘만큼은 여백의 하루로 살아야지 다짐해 본다.


학교로 와서 늘 그렇듯이 아이들이 바글바글 책상 주위로 모여 있었다. 커피 탓일까? 금요일인 탓일까? 아가들이 훨씬 사랑스러워 보인다. 내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1학년 아가 중에 얼굴이 하얀 키 작은 아이가 와서 내 손에 초콜릿 하나와 소시지 하나를 쥐여주고 갔다. 조그마한 아이의 조그마한 사랑을 디저트로 먹은 아침이다.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6학년 아이가 수업하다가 어려웠는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쳐 조용히 가서 설명해 주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고 웃는다. 이런 교감이 참 좋다.


모든 수업을 마치면 작은 아이가 알콩이를 데리고 학교 앞으로 오기로 되어있다. 아마도 퇴근 시간이 되면 서둘러 정문으로 향할 거고, 나는 또 두 손을 벌려 아이와 반려견을 맞이할 거다. 팔을 벌린 만큼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어버이날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이 오늘 올라오신다. 나는 풀떼기만 드시던 부모님에게 어떤 걸 사드릴까?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 고기? 회? 뷔페? 이틀 머무시는 동안 맛있는 거 다음에 맛있는 거, 예쁜 거 다음에 예쁜 것으로 채울 거다. 드시고 좋아할 부모님 얼굴을 생각하면 미소가 번진다.


아무 일도 아무 약속도 없는 날의 설레임이 있다. 한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일이 밀고 들어와 일의 수레바퀴 속에서 허우적대는, 그런 바퀴의 깔리는 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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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커피 한잔이, 노래 한 자락이, 아이의 소시지가, 다 큰 아가의 미소가, 내 아이의 마중이, 부모님의 방문이 설레고 그것이 기쁨이 된다.


이 여백의 설레임을 냉동고에 넣어 한 계절 내내 꺼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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