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하는 1학년

비타민 같은 아이들

by 영자의 전성시대

아침마다 찾아오는 1학년 귀염둥이가 있다. 얼굴이 하얗고 키번호가 1번인 조그마한 아가다. 이 아가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나면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숨도 안 쉬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4일 연휴를 보내고 일본 여행의 여파로 퉁퉁부은 얼굴로 출근했다. 역시나 아이들은 쉬지 않고 내 자리로 와서 어딜 놀러 갔다 왔는지. 뭘 했는지 등등 이야기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이 한바탕 쏟고 돌아간 뒤, 5학년 아이 둘이 와서 조근조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요 아가가 찾아와서는 “저는 바다에 놀러 갔는데 배 위에서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하며 쉬지도 않고 3분가량을 이야기했다.


나와 5학년 아이들은 멍한 얼굴로 귀여운 아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는데 한참을 들어도 말이 끊어지지가 않았다. 말이 너무 빠르고 발음이 새서 내용을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듣고 또 듣고 있는데 한참을 조용히 있던 5학년 남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어휴, 랩 하는 줄 알았네.”

“하하하하하하하”

"크크크크"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5학년 아이의 말에 우리 셋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알았다. 정작 말하던 아가는 무슨 소린지 모르고 “네?”라며 눈알만 굴렸다.


피곤한 연휴 끝 아침부터 아이들은 큰 웃음을 주고 떠났다.


역시 아이들은 내 비타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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