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느낌 그리웠어요

교토 이노다 커피집

by 영자의 전성시대

역사를 가르치면서 ‘일본’이란 나라가 참으로 싫고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일본이 해일로 고통당할 때도 ‘인과응보’라는 말을 쓰며 고소해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일본’을 생각할 때는 옆동네 사는 나라가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옛 수도였던 <교토>가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4일 연휴 기간에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낸 선생님들과 교토로 자유여행을 가게 되었다. 전날까지 힘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새벽에 출발했다. ‘여행도 힘 있을 때 다녀야 한다고 했던가!’ 자유여행이라 모든 교통수단을 이동해 다녀야 하다 보니 하루 2만 보는 기본이었다.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내 몸은 점점 부어갔고 민폐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가기 전, 가고 싶은 곳을 묻는 선생님에게 딱 하나, <이노다 커피> 집에 가고 싶다 했다. 일본 3대 커피 중 하나로 꼭 먹어봐야 한다기에 추천했다. 둘째 날 늦은 오후,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니시키 시장을 둘러보고 부은 다리를 이끌고 드디어 이노다 커피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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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간판도 입구도 “나 완전 오래됐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고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설렐 수밖에 없었다. 들어서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정장을 입고 서 계시다가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맞이하다’라는 개념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요즘 내가 어디 가면 이리 나와 맞이해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찡했다. 게다가 안내해 준 자리에 앉으니 젊지 않은 웨이터분이 오셔서 메뉴판을 주셨고 매우 공손하게 계셔서 우리도 매우 공손하게 주문을 했다.


조용한 실내 분위기에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는 일본 어르신들이 곳곳에 보였고 우리도 작은 목소리로 우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커피는 너무 써서 내 입에는 맞지 않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누릴 수 있으니 더 바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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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니 저쪽에 있던 여자분이 눈치를 채시고는 손을 뻗어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그런 행동들이 감동이었다. 마치 내가 중요한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런 느낌은 진짜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함께 있던 선생님들도 동일한 느낌이라 했다. 우아한 담소를 나누고 우리도 예의 있게 노신사 지배인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이곳은 카페라고 말할 수 없다. 커피만 파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존중과 배려도 함께 파는 곳으로 <이노다 커피 살롱>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이런 느낌, 참 소중하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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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느낀 나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수희 작가의 교토 기행에세이,

구절마다 나의 이야기 같다>


chapter 2

[ 이노다의 진지한 커피 ]

교토에 있는 이노다 커피 본점은

아주 진지한 분위기에 카페다

이곳의 분위기를 드러내듯 하우스 블렌딩 커피도

아주 깊고 복합적인 맛을 뿜어낸다


오래된 옛날의 분위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곳으로

음악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곳에 오는 주 고객층은 주로 어르신들이다

그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나이 들어감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농담 갖겠지만 진심으로 정신도 몸도 건강하게

100살까지 삶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지금의 내가 깨달은 것,

앞으로 내가 깨달을 모든 것들을 안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사람은 자신의 모든 시절들을 품은 채로 어른이 된다

복합적인 맛이 나는 커피처럼 다양한 시절을 품고

자신을 잃지 않은 채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노인으로,

찬찬히 삶을 음미하고 창밖을 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어린 세대들에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며 먼저 조언을 구하는 젊은이에게 정말 필요한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출처]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1 (교토, 바람 같은 이야기들)|작성자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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