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을 읽었다. 신앙서적을 읽는 독서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2년째로 접어들면서 꽤 여러 권의 신앙도서를 읽을 수 있었다. 전에는 나를 위한 인문학책을 읽느라 다른 분야의 책은 늘 관심 밖이었다. 사실,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만한 여유도 없었다.
한동대 설립 이야기인 <갈대 상자>라는 책을 밤새 읽으며 눈물의 위로를 받고 내 믿음을 세우는 계기를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있던지라 신앙서적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저편 어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명의 믿음의 사람들이 모여 <깨어진 그릇>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고 얼마 전에 읽은 책이 <그 청년, 바보 의사>였다. 밀린 일로 전날 반나절 부리나케 읽어 내려갔다. 이미 많은 분이 “안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었고 TV에도 나왔으며 고려대학병원에 가면 1층에 이분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 한다.
나만 몰랐었나 보다.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을 울컥하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꺽꺽”거리며 울었다, 나와 동갑이었던 이분은 어찌 이리 살 수 있었을까? 아산병원의 ‘주석중’ 교수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아직도 이슈이며 이분의 선행이 속속히 나오고 있는 지금에 이 책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좋은 일은 결심한 즉시 행하는 것’이다. 이분은 야밤에 일하다가도 환자를 위해 드리고 싶은 것이 생기면 뛰어나가 사다가 선물했다.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물을 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을 준 것이다. 그 마음을 받은 환자나 지인들은 그것을 스티그마로 간직했다.
‘스티그마’는 ‘흔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들은 안수현 선생을 마음에 흔적으로 삼아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며 ‘자신’을 위한 삶에서 ‘타인’을 위한 삶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어떤 분은 한동안 쉬었던 독거노인 진료 봉사를 시작하고, 어떤 분은 환자의 넋두리를 새벽 3시까지 들어주고, 어떤 분은 지인들을 아무리 늦더라도 집까지 바래다주는 일을 자청했다. 그가 가르치던 제자들은 다시 교사가 되어 그가 하던 대로 제자들을 양육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나 또한 누군가의 스티그마를 마음과 삶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으며, 나의 흔적을 누군가의 인생에 흔적으로 남기는 삶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한 날을 제대로 살아보는 것, 한순간을 그냥 살지 말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생각하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깨닫는 것 등 흔적을 남기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내가 나의 흔적이 되기 위한 최선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