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에 물린 내 강아지 ㅠ

차라리 내가 물리는 게 낫겠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이사하기 전날, 다리에 붉은 두드러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뭘 잘 못 먹었나?’하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열흘 사이에 온몸으로 두드러기는 번졌고 얼굴과 귀는 두드러기로 벌겋게 부어 있다. 세 군데의 피부과를 다녀왔지만 효력이 없어 어제 대학병원에 장장 2시간 반의 대기를 타고 피검사를 한 뒤, 비닐봉지 한가득 약을 지어 왔다.


키우는 반려견인 알콩이는 이사하는 기간 동안 평창에 있는 부모님 댁에 2주 정도 다녀왔다. 부모님은 알콩이를 손주 보듯이 귀여워했고 알뜰살뜰 보살폈다. 그리고 엄마가 운동하느라 올라가는 뒷산에도 데리고 다니며 하네스 없이 자유를 만끽하며 함께 등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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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를 그리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알콩이의 오른쪽 눈에 작은 뾰루지 같은 것이 생겼다. 다음 날이 되니 더 커졌고 눈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염증인 듯해서 병원에 가 진찰하니 역시나 ‘매립종’으로 사람으로 말하면 ‘다래끼’였다.


금식하고 마취하고 눈 아래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 해서 예약을 잡고 왔다. 수술 당일 쉬운 수술이라 하니 큰 걱정 없이 출근했다. 하지만 수술하는 중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매립종’이 아닌 ‘진드기’가 알콩이의 눈에 들어가 피를 뽑아 먹고 아주 커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선생님도 이렇게 큰 진드기는 처음 본다며 너무 커서 진드기를 뽑아내기가 어렵다고, 있는 부위를 넓게 제거하기로 했다. 알콩이와 살면서 참 생각지도 못한 별일을 겪는다. 종일 일하고 두드러기가 심해진 얼굴로 들어가니 알콩이가 흐느끼며 자기를 안으랜다. 옷도 못 갈아입고 그 자리에 앉아 두 눈가가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작은 생명체를 안고 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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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힘을 주고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으로 말하는 녀석, 그런 아가를 안고 “힘들었지? 에고, 아가야 고생했다.” 하며 쓰다듬었다. 말도 못 하는 녀석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지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피곤한 맘과 몸에 역정이 났다. “재를 왜 키워서 이런 고생을 하는지, 호주로 보낼 수 있으면 보내자.” 지가 책임지겠다고 데려와서 호주로 혼자 가서 편히 살고 있는 큰아이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2주 동안 눈에 안약을 넣어야 해서 알콩이 옆에 전담할 사람이 붙어있어야 한다. 숨어있는 진드기가 더 있을까 봐 털도 밀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2주가 아주 길 것 같다. 알콩이가 덜 아프고 빨리 회복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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