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퍼져도 생각은 퍼지지 말자

by 영자의 전성시대

1학기가 끝났다.


4달간의 긴 강의도 끝나고 치열하게 가르치던 학교도 잠시 쉬어간다. 그랬더니 꾸욱꾹 참고 버텨주던 몸이 붓기 시작했다. 아침에 만나는 사람이 “누구세요?”라고 물을 정도다. 하루 종일 부어있는 얼굴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라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몸이 긴장을 푸느라 그런 모양이다. 비단 몸만이 아니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나오면 바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자료조사를 하던 루틴이 남아있어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괜스레 왔다 갔다 했다.


책을 식탁에 놓아둔 채 제목만 바라보며 막상 책을 펼치지도 않으면서 그 책을 치우지도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는가! 하지만 당분간은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만 때리며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글이 써지지 않고, 글을 쓰며 생각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개의 제목을 적어놓고도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을 모으는 것도 여의치 않을 만큼 퍼져버렸다.


3주간을 손을 놓고 있으며 몸도 마음도 퍼졌으나 편치는 않았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열심히 글을 쓰는 모습에 도전받고 다시금 생각하려 조바심을 냈다.


드디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퍼져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퍼져있던 생각을 모은다.


‘아, 생각이 한번 퍼지면 모으는 게 쉽지 않구나!’


남은 3주의 방학 동안 제목만 읽던 책을 한 장한 장 넘기고,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고, 비전트립과 여행을 통해 사색하는 시간을 갖고 흐트러진 생각을 단속해야겠다.


몸은 퍼져있어도 생각은 퍼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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