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by 영자의 전성시대

1학기의 벌인 일들이 마무리되어 간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작된, 무리했던 일들이 점차 끝나간다. 학기를 마무리하느라 밀린 일들도 마쳐 방학식을 했고, 강의 준비로 만들어야 할 자료준비도 끝나고 이제 가서 두어 번의 강의만 하면 이것도 마무리된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돌아보니 1학기 내내 밀려있는 자료들과 씨름하면서 보낸 시간 들은 유익했고, 강의하면서 만났던 분들과 깊은 정이 생기면서 의미 있는 관계와 추억들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분들은 첫날부터 특별했다. 커피나 간단한 간식이 없냐는 어떤 분의 투정에 자발적으로 과자와 음료를 준비해 도서관에 비치해 놓는 분이 계신가 하면, 저녁을 못 먹고 오는 강사를 위해 전을 부쳐오거나 고구마를 삶아 준비해 오시기도 했다. 나를 언제 봤다고 내 간식이며 심지어 동태탕에 해장국까지 포장해 오시는 분도 계셨다. 놀람과 당황과 감사로 그 음식을 받았고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맛있게 먹었다.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아서 나도 한 번은 대접하고 싶어 앞에 있는 카페에서 부랴부랴 음료를 준비해 가져갔다. 그런데 평소에 일찍 오시던 분들이 늦으셔서 코가 빠져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를 하니 거의 다 오셨다는 답을 주셔서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헐레벌떡 들어오신 분은 농사지은 콩으로 얼음까지 띄워 콩국을 만들어오셨고 식사를 못 하신 분들을 위해 김밥도 사 오셨다. 뒤이어 들어오신 한 분은 뜨끈뜨끈한 피자 한 판을 준비해 오시느라 늦으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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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 상이 차려지며 모두가 즐겁게 음식을 나누었다. 먹으면서도 드는 생각이 '요즘 세상에 이런 풍경이 말이 되는가!' 12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처음 만난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온 것뿐인데, 누가 이런 화기애애한 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집에서 멀기도 하고 학교 외의 일을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무리가 있어 강의는 일단 접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분들 때문에 그 맘이 흔들렸다. 어디서 이런 귀한 분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역시나 첫날의 느낌처럼,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내가 더 배우는 수업이었고, 내가 그분들을 위하는 마음보다 그분들의 배려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이제 1차시 만을 남겨두고 있다.


가끔 이분들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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