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먹는 걸 너~무~나 밝히는 사람이 있다. 소식좌들 사이에 단연코 돋보이는 사람, 나의 남편이다. 눈을 뜨면 아침 먹을 생각하고, 아침 먹은 걸 치우기도 전에 점심 머 먹을지 궁리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에는 우리 뭐 먹을까?”를 묻는다. 많이나 먹으면 말이나 안 할 텐데 남자치고 적게 먹는 편이면서도 먹는 것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다.
이런 남편을 둔,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많은 아내인 나는 남편과 잘 맞지 않는다. 입이 유독 짧고 장이 좋지 않은 관계로 음식을 조심해서 먹는 편이다. 밀가루도 잘 안 먹고 과식은 금물이다. 인스턴트도 거의 먹지 않는다.
계란을 먹을 때도 흰자만 골라 먹고 익지 않은 김치를 좋아하며 감자탕이나 부대찌개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입에서 밥이 꼴딱꼴딱 넘어가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100번 이상을 씹어야 밥 한 숟가락이 넘어간다.ㅠ)
한 날은 제육볶음을 만들어서 저녁에 다 같이 먹고, 남은 것은 다음 날 아침으로 먹기로 하고 남겨 두었다. 다음 날, 남편이 먼저 아침을 먹은 뒤, 나에게 오더니 “고기 데워놨으니까 밥하고 먹어. 그리고 비계는 내가 다 골라 먹었으니까 있는 고기에 밥 먹으면 돼.”
순간 나를 위해 돼지비계만 골라 먹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했다.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살코기만 떼어 나에게 먹이고 엄마는 비계만 드셨다. 평소 남편은 나를 잘 배려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 맘에 쏙 드는 사람도 아니지만,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비계를 골라 먹던 남편의 사랑이 느껴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