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가 터져도 내 김밥은 맛있다

요알못인 나

by 영자의 전성시대

아직 이삿짐을 모두 풀지 못해 서재로 쓸 방에 다 넣어놔서 이 방은 난리다. 이 방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아마도 모레 떠나는 필리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친한 동생이 조카랑 같이 집에 놀러 온다기에 내가 잘하는 음식 중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전날 장을 보러 갔다. 내 김밥은 햄도 없고 오이나 시금치도 넣지 않는다. 가볍게 파프리카 정도 넣고 계란을 다른 것보다 2배로 넣어 만든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계산하는데 7만 원이 넘게 나왔다.


“으악, 사 먹는 게 더 싸겠다.”


다음날 부랴부랴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김밥을 말았다. 아침에 해놓은 밥이라 찰기가 떨어지는지 자꾸 풀어지려 해서 손에 힘을 팍팍 주며 김밥을 말았고 어묵국도 매콤하게 끓였다. 일곱 개쯤을 만들고 김밥을 썰려하는데 칼이 무뎌져 김밥이 썰리지 않았고 옆구리 터진 김밥들이 속출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김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보기에 지저분하면 안 되기에 사력을 다해 잘 썰어보려 했다. 하지만 2/3 정도의 김밥이 옆구리가 터졌고 다른 칼로 교환해 다시 썰었다.


KakaoTalk_20230811_083444169_01.jpg

다행히 손님들은 맛있게 먹어 주었고, 남편을 위해 넉넉히 싸두었다. 아마도 김밥을 15줄 이상은 싼 듯하다.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은 쉴 새 없이 맛있다며 2줄 정도를 가뿐히 먹어 치웠다. 진짜 오랜만에 한 음식인데 다들 잘 먹어주니 뿌듯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한 티를 내듯 식용유 병을 엎어버리고, 뜨거운 레인지를 닦다가 손바닥 데고, 결국 손가락까지 베이는 투혼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이 잘 먹는 보상을 받아 마음이 흐뭇했다.

KakaoTalk_20230811_083444169.jpg

“남은 건 내일 계란 김밥해서 먹어야지.” 하며 냉장고에 두었는데 아침에 보니 달랑 옆구리 터진 김밥 3개만 남았을 뿐이었다. 남편님이 아침으로 차가운 김밥을 냠냠하고 갔나 보다. 남은 김밥이라도 먹을 요량으로 계란에 둘러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역시 옆구리가 터져도 내 김밥은 맛있다. 손님들이 우걱우걱 먹어주고 가족들이 차가워진 김밥까지 싹 먹어버리니 내가 만든 김밥은 더욱 맛있는 김밥이 된다. 잘 먹어 준 분들, 감사합니다.


이참에 집들이도 내가 만든 음식으로 대접하면 어떨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몸은 퍼져도 생각은 퍼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