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를 읽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었다. 이 책은 ‘집에 이 책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완독 한 사람도 없다’라는 우스운 이야기가 내려온다. 서울대에서 가장 많이 대여해서 본 1위의 책이자. 뉴욕 타임스에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된 참으로 수식어가 다양하고 화려하다.
퇴근해서 밤마다 읽고, 주말에 일찍 일어나 스터디 카페에 가서 집중해서 읽었다. 하지만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마법의 책이었다. 784쪽으로 이루어진 베개로 쓰기 좋은 두툼한 책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이 책이 왜 이렇게 장안의 화제인지 느낄 수 있었고, 왜 읽기 어려운지도 분석이 되었다. 과학자가 문과 분야의 역사를 신박하게 서술함에 있어 어렵기도 했고, 이 많은 논증과 예시를 드는 방대한 지식에 감탄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예시와 근거들로 피곤했고, 많은 양의 지식에 어려웠고, 반복되는 이야기들로 길어져서 처음의 신선함이 반감되기도 했다.
그러나 뉴기니 사람 얄리의 질문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진짜 이 작가의 진가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총. 균. 쇠>를 모티브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나왔다는데 나는 거꾸로 <사피엔스>를 먼저 읽고 <총. 균. 쇠>를 읽게 되었다. <사피엔스>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쭉 읽어 내려가기가 쉽고 재밌었다. 물론,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의 천재성은 인정했다.
<총. 균. 쇠>의 경우, 대륙을 나누어 분석하고 그 대륙에서 나는 작물과 가축을 연구해서 이후 그들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과정을 추론하는 것이 가장 와닿았고 내가 모르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어 이 책이 매우 유의미하게 느껴졌다.
“농사혁명”에 대해서 ‘인간의 비극의 시작’이라고 비판적으로 서술한 것도 내 생각과 비슷해서 인상적으로 읽혔고, 같은 위도의 기후와 환경으로 인해 유라시아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키 보다 환경적으로 유리해서 잘 발달할 수 있었다는 논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역사가 환경으로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이론에는 반대하지만, 인종에 우열이 있다는 논리에는 강력하게 동의한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며 어떤 인종이나 민족, 국가는 모두 평등하며 우열이 없음을 나타내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강대국의 국민이나 약소국의 국민 모두가 읽었으면 한다. (이미 많이들 읽었나?) 개인적으로는 <사피엔스>보다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글이라 더 호감이 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논증의 예시를 읽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고 앞으로도 내 생각을 뒤집고 생각의 흐름의 방향을 수정해 주는 이런 책들을 골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