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에는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피로"ㅋ ㅋ

by 영자의 전성시대

아주 오랜만에 시내에서 지인과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는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 노선은 잘 몰라서 헤매기 일쑤다. 그래서 버스노선을 검색하고 캡처하고 반복적 인지를 한 뒤, 출발했다.


코로나 전에 보고 처음 만나는 지인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장시간 버스를 타는 것이 작은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낯설고 정겨웠다.


예전 친구들과 매일 약속 잡고 신나게 놀던 그 시절이 생각도 나고, 지금의 나는 왜 그렇게 놀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회한도 하며 열심히 창밖을 구경했다.


낯선 정류장들의 이름들을 외우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자세나 표정들도 관찰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이 핸드폰을 보며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차가 오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독 한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인문학적 질문이 있었다. 속으로 ‘우와, 도대체 끝에 뭐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훑어 내려갔다.


에고, 답은 ‘피로’였다. 아마도 피로회복제의 광고였나 보다. “피식”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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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인생의 끝에 나를 기다릴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족? 나이 많음과 늙음과 노쇠한 육체? 풍부한 경험? 사려 깊음? 시골 생활? 제2의 인생? 여행? 그동안 읽은 책들? 내 지인들?...’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평생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고, 내 부모가 오래오래 살아서 나와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고, 내 곁을 떠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던 내 아이들이 다시 돌아와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고, 남편과 더불어 즐거움을 발견해 나가는 노후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있다가 어느새 내릴 곳에 도착해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만 하고 살다가 잠시 이런 시간을 보내니 삶의 환기를 느끼며 새로웠다. 의지적으로 가끔씩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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