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님이 종로에 앉아 계신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나의 대학 시절에는 거의 혜화동과 종로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는 99.9%가 '종각' 아니면 '대학로'였고 골목 구석구석 안 다니는 데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술집이든 식당이든 머리에 꽤고 있었다.


내 동네인 양 이곳에서 놀면 마음이 편했었다. 그러다 지금처럼 삶의 여유 없이 살다 보니 “종각이 뭐예요?” 하게 생겼다.


몇 년 만에 가본 종로는 그때와 사뭇 달라 있었다. 폐점된 상가들이 곳곳에 있었고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해 있었다. 놀라운 것은 3층으로 된 큰 맥도널드 건물이 비어있었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들어가지도 못했던 곳인데 말이다.


종각역에서 올라오니 바로 앞에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이 떡 하고 앉아있었다. 광화문에서 보던 이순신 동상처럼 위엄 있게, 하지만 너무나 생뚱맞게 길 한복판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옆에 있는 표지판을 보고는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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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가 예전에는 <전옥서>가 있던 곳으로 조선 시대에 죄인을 수감하던 감옥이자 항일 의병들이 옥고를 치르던 자리였던 곳이다.


<녹두장군 전봉준>하면 떠오르는 것이 당연히 ‘동학 농민 운동’이다. 이제는 ‘동학 농민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조선말, 세도정치로 탐관오리들이 판을 칠 때, ‘조병갑’이라는 유명한 탐관오리가 전봉준의 아버지를 곤장으로 때려죽인다. 이렇게 우리가 아는 ‘동학 농민 운동’은 발발한다.


이후 전봉준은 죽지 못해 살던 백성들을 모아 민란을 일으키고 ‘홍길동’같이 빼앗은 곡식을 백성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그러나 끝은 정해져 있는 법, 우여곡절 끝에 교수형을 당한다.


그런 분을 예기치 못하게 이런 곳에서 만나니 걸음을 멈추고 글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며 또 한 번 마음 울컥함을 느꼈다. 목숨 바쳐 백성을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해 주신 이 분들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고 이 삶을 누리고 있기에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길에 덩그러니 동상으로 만들어 두기보다는 우리들 가슴에 따뜻하게 앉혀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상 앞에 둔 자그마한 꽃다발에 눈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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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종로에서 과거의 이분들의 역사와 나의 미래의 역사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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