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금요일이 개교기념일이라 연휴가 생겼다. 이런 날을 놓치면 아쉽지! 친한 선생님과 급 호캉스를 떠나기로 했는데 그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내내 비 소식이 있었다. “선생님하고 여행 가면 비가 오네요. 비를 몰고 다니시는 거 아녜요?”라고 한다. 하지만 비도 우리의 여정을 막을 순 없다.
역시나 야밤에 도착했더니 비가 죽죽 오고 있었다. 얼른 호텔로 들어가 비가 오는 어두컴컴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 같은 파도 소리와 하얗게 올라오는 파도의 몸짓을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다음 날도 역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우비를 입고 5킬로를 걸어 커피와 책이 함께 있는 예쁜 카페로 향했다. 아침에 머리도 예쁘게 말고 곱게 화장도 했건만 비에 젖고 우비에 눌려 언제 그랬냐? 싶게 되었다.
그래도 감사한 게 주룩주룩 내리는 것이 아니라 포슬포슬 내리고 있어서 걸어갈 정도는 되었다. 앞서가던 선생님이 뒤돌아보며 “비가 곱게도 오네요.”라고 한다.
얼마 만에 우비를 입고 낯선 길을 헤매고 있는지, 비를 맞고도 축축함에 언짢기보다는 비를 맞으며 모험을 떠나는 신남이 더 컸다. 이게 여행의 묘미인 거다.
고운 비를 맞으며 지쳐갈 때쯤 그곳에 도착했고, 곱게 내린 비를 커피를 마시며 통창으로 보니 아름다운 자연을 더욱 낭만적으로 보이게 했다.
젊은 날에는 비가 참으로 싫었는데 이제는 비가 고와 보이니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이런 마음이니 비도 알고 나를 따라다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