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도 예쁜 아이였어

by 영자의 전성시대

3년 전부터 나를 계속 골탕 먹이는 녀석이 하나 있다. 학습태도도 엉망이고 숙제는 말할 것도 없이 거의 해오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지적받을 때마다 “씩”웃는 그 얼굴이 정말 싫다. 초등학생인데도 나를 우습게 여기는 듯한 표정과 몸짓이 꽤 불쾌하다.


그런데 그 녀석이 지난주 수업 시간에 크게 떠들어 주의를 받고 잘하겠다 약속하더니, 이번 주엔 모둠 과제를 혼자만 안 해서 모둠원 아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장난기 어린 몸짓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들어왔다.


몹시 괘씸해서 이참에 아이를 제대로 야단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아이를 남겨 이미 했어야 하는 과제를 모두 하게 했다. 큰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싸늘한 눈빛과 냉정한 말투로 시종일관 아이를 무시하듯 연기했다.


옆에서 과제를 하고 있는 아이를 일부러 보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내내 불편했다. ‘내가 쓴 단어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까?’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티 내지 않고 각자의 일을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책상 위의 작은 상자를 쳐서 떨어뜨렸고 “와장창”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갑자기 이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뒤로 돌아가 떨어뜨린 물건들을 척척 줍는 것이 아닌가! 난 진심 너무 놀랐다. 이 아이는 근 3년간 어떡하면 미운 짓을 할까? 연구하는 아이였는데 시키지도 않은 물건들을 줍는 이쁜 행동을 하는 게 신기했다.


같이 주우면서 내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게 싹 풀어졌고 고운 눈으로 바뀌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아이에게 “선생님은 말이야 어떤 마음이냐면,” 하면서 말문을 열었고 나의 깊은 마음에 대해, 그동안 아이에게 느낀 부분과 앞으로 살면서 아이가 갖춰야 할 부분들을 조언했다.


시작은 냉랭했으나 끝은 아름답게 끝났다. 역시나 세상에 다 미운 아이는 없다. 미운 구석이 있는 아이만 있을 뿐, 다시 말하면 모든 아이들에겐 이쁜 구석이 다 있다는 말이다.


에고, 매일 미운 구석은 눈감고 이쁜 구석만 찾는 이쁜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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