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마음
이사 간 뒤부터 출. 퇴근 시간이 꽤 길어졌다. 대략 왕복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덜 걸리는 편이긴 하나,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직장과 멀리 살아 본 적이 없는 나는 퇴근 때 운전하는 게 아직은 힘들다.
하지만 좋은 점도 찾았다. 운전 중에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고, 내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아침 새벽 예배의 말씀을 들으며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래저래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날이면 라디오를 틀고 가는데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와 올드 팝송의 콜라보가 피곤을 덜어 준다.
그중 딱 7시 45분쯤에 칼럼이나 책 속의 한 페이지씩을 낭독하는 코너가 있는데 이것의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어느 때는 시를 낭독해 주기도 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서정적인 의미로 녹여내기도 하는 등 상식적인 도움이 되는 코너다.
오늘은 ‘노견과 노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분이 개와 고양이를 키우셨는데 노견인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얼마 안 돼 쓴 글이었다. 반려견과의 추억을 돌아보며 지금 손이 가는 개에게 자신의 헌신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노견이 된 반려견이 치매로 밤새 베란다를 돌아 화를 내는 자신이 이런 부끄러운 사람임을 인정하며, 반려견은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민낯을 보게 만드는 존재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지금 옆에 있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에게 사랑의 표현을 마음껏 하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라디오를 듣고 가는 길이었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이 가득 고였고, 유치원 가는 날이라 차에 있던 알콩이에게 혼자 폭풍 고백을 해댔다.
“알콩아, 너무너무 사랑해. 네가 있어서 엄마는 참 좋아.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주라. 응? 사고 쳐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20년만 살아보자.”
나의 눈물 젖은 간절한 고백을 들은 우리 알콩이는 눈만 껌뻑 껌뻑, 고개만 갸웃갸웃한다.
「cbs 93.9 그대와 여는 아침
너를 만난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된다
늙은 개,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의 작가이자 고양이 노튼과 사는
‘피터 게더스’도 그랬다. 피터도 평생 해오던 여행을 포기한 채
노튼 곁을 지키고, 주사가 무서워 병원도 멀리하던 사람이
신장질환이 있는 노튼에게 피하 주사를 직접 놓는
프로 간병인이 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체중이 50㎏도 안 되는 여성인데
각종 노환으로 걷기 힘든 30㎏의 레트리버를 번쩍번쩍
들어서 옮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느냐는 우문에
“엄마니까!”라고 답한다.
이런 물리적인 변화 이외에도 순리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아끼고, 헌신하고, 타인이 주는 사랑과 희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인생이 변해간다.
이건 사랑했던 존재를 늙고 귀찮고, 버겁다는 이유로
포기한 자는 알 수 없는 영역의 가치이다.
나는 19세 노견과 이별했고, 지금은 15세 노묘와 산다.
떠난 노견은 평생 독립적인 아이였는데 늙으면서
자꾸 내게 의지해야 하니 불편하고 어색해했다.
그럴 때면 그동안 네가 내게 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불편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가 아프거나 우울할 때 24시간 내 곁에서 위안을 주었던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서 기쁘다고도 했다.
나이 든 개와 고양이와 살다 보면 자신의 추한 민낯과
마주치기도 한다. 치매 증상인지 새벽에 깨서 두세 시간씩
베란다를 빙빙 도는 개한테 나는 이제 그만 좀 하고 자자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늙고 말 못 하는 동물 앞에서 드러내는 한심한 모습이라니.
그렇게 아이들은 늙어서까지 우리의 맨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고, 우리들은 개와 고양이 그리고 다른 모든 반려동식물을
만난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