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계약했다. 수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약속 시간을 맞추느라 날아갔다.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성실하게 글로 썼고, 기획과 편집 기간을 거쳐 드디어 따끈따끈한 원고가 나왔다.
목차를 정하고 글을 다시 수정하기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필 학교도 이 기간이 가장 바쁠 때라 집중도가 떨어질까 염려도 됐다.
작가소개 글과 프롤로그를 처음으로 쓰면서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도 내 심장의 떨림을 손끝이 알아챘나 보다. 가장 솔직하게, 하지만 거칠지 않게 부드럽게 나를 표현하려 노력했고, 작가소개 글은 3가지 버전으로 써서 책의 분위기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문제는 책 제목이었다. 추천받은 제목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좋은 대안도 없었다. ‘그래 이거지!’라고 느낄만한 제목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제목의 굴레안에서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지인들에게 두 개의 제목으로 추려 투표도 했다. 이것도 문제였다. 차라리 몰표가 나오면 덜 갈등했을 텐데, 두 개가 모두 비슷하게 나오는 바람에 더 혼란스러웠다.
원고를 송부하기 전, 정했던 제목을 틀고 다른 제목을 선정하고,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하며 출판사와 계약서를 쓰기 위해 출발했다. 드디어 끝을 보는구나! 긴장되면서도 너무나 설레었다.
초면은 아니어서 조금은 편하게 만난 편집장님과의 1시간가량의 만남으로 나는 무척이나 불편해졌다. 계약은 끝냈으나 책에 필요한 전반적인 주문과 함께 수정할 사항들을 과제로 받아오게 된 것이다. 끝이다 싶으면 다시 시작하고, 끝이다 싶으니 다시 수정이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를 수정을 거치면서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옆에서 돕고 있는 선생님을 졸라가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제 비로소 작가로서의 내 소신이 필요한 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의 의견이나 기획자나 편집자의 의도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잘 듣고 참고하여 내 소신대로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이었다. 글만 쓰면 저절로 책이 될 줄 알았고 그 과정이 그리 복잡할 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역시 나는 우물 속 개구리였던 거다.
그래, 이번에도 역시나 우물 속인 걸 알았으면 다시 이 우물 밖으로 나가보고 그 속이 다시 우물이면 또다시 나가보는 거다. 그래서 어느 우물 속에 있을 내 고지를 향해 전진해 나만의 그 고지를 점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