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무 열매

제주 이야기 2

by 영자의 전성시대

제주 하면 생각나는 건? 귤과 말과 바람과 현무암, 해녀!


집 가까이 <바람길>이라는 독립서점이 있어 한 달에 한번 북토크를 진행하길래 신청했더니 마침 선정도서가 <탐라 그리고 제주>였다. 신청자가 나 혼자라 책방지기와 2시간 반가량 1대 1로 북토크를 하면서 제주의 역사와 독자적인 문화, 그리고 지리를 통해 본 제주의 풍습까지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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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에 제주도로 떠날 거라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왔고 특히 '귤'의 역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조선시대의 '귤'은 나의 어린 날의 '바나나'와 비슷한 존재였다. 제주의 특산물인 귤로 제주인들은 세금을 냈는데 탐관오리들의 부정으로 귤의 양을 맞출 수 없던 사람들이 귤나무를 베어버리거나 불태워 버리기도 했다는 안타까운 역사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제주도에 가서 막상 눈 때문에 발이 묶여 다닐 수 없게 되어 해안선 길로만 다녔는데 지인의 지인분이 밥을 사주시는 바람에 로컬맛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럭조림으로 유명한 가게인데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셨다.


감사하게도 계산대 옆에 귤 한 상자를 놓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귤이 참 달고 시원하네요"라고 말하니 자연스레 '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제주도는 집집마다 귤나무가 있어요. 귤나무가 그 집 재산이죠. 그래서 우리는 귤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부른답니다. 아이가 한 명에 한 그루씩, 대학나무가 아이를 키웠지요."라고 하셨다.


나에게 '귤'이란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먹는 흔하디 흔한, 과일치고는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과일 중 하나이다. 별 의미 없는 이 작은 과일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었구나! 작디작은 과일 앞에서 급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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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라는 존재도 어느 곳에서는 하찮은 존재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마치 '귤'이 일 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일 때도 있고, 계산대 옆에서 거저먹을 수 있게 비치되는 음식일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도 있게 된다. 귀한 존재일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하찮다고 느껴지면 속앓이가 시작된다. 귤이 한 아이의 공부줄로 쓰임을 받은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딘가에서 반드시 쓰임 받는 존재였다. 과거일 수도 미래에 일어날 수도, 지금 쓰임 받고 있는데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쓰임이 없으면 어떠랴! 지금 내 딸과 떨어져 있어 보니 그냥 내 옆에 건강하게 붙어만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내 엄마도 나에게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 부모만큼은, 내 가족만큼은 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며 품어줄 것이라 믿는다.


이런 부모가, 이런 선생님이,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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