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야기 1
겨울 방학 특강이 끝나고 잠시의 여유를 갖고 삶의 환기를 위해 여행을 떠났다.
짧은 시간에 현실에서 멀리 떠나는 느낌이 드는 가까운 곳이 어딜까? 하다 고른 제! 주! 도!
비행기를 1시간 남짓 타고 날아가면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공항에 발을 디디면 그때부터 나는 교사도, 엄마도, 아내도, 일꾼도 아닌 그냥 본연 그대로의 '나'가 될 수 있다. 그 느낌이 좋아 해마다 찾아도 그리 즐거울 수가 없다.
한 번은 학교 동료들과, 한 번은 가족들과, 한 번은 친구들과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제주도를 방문한다. 그러면 같은 장소여도 다른 경험으로 각양각색의 추억이 아롱진다. 이번에는 늘 함께하는 친자매 같은 분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아름답게 눈발이 날리고 있었고, 어느덧 아름다운 눈발은 서슬 퍼런 날을 세우고 바람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새벽 벽두부터 나온 우리는 숙소로 향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강한 바람에 몰아치는 눈의 몸짓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로 떨어지는 눈을 바람이 한 톨도 그냥 두지 않고 그대로 쓸어버려 작은 눈보라를 수도 없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진귀한 광경에 우리는 끝을 모르고 감탄하며 사진도 연신 찍어댔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몰랐다. 눈의 굴레에 빠질 거라는 것을...
이때부터 시작된 눈은 돌아오는 날까지 끊임없이 내렸고 내륙길은 통제되어 막혔고 하늘길도 비행기가 결항되어 막혀 버렸다. 진짜 우리는 고립되었다.
고립된 우리는 눈의 여왕이 되었다. 눈의 여왕의 낮은 밤보다 아름다웠다. 고립 속에서도 이야기 꽃을 피웠고 펑펑 내리는 밖을 보며 심란하기보다는 "또 눈이 와!" 하며 까르르 웃어댔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고 끊임이 없었다. 심지어 한 명은 목이 쉬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우 수다스러운 눈의 여왕들이었다.
눈이 오면 어떻고 비가 오면 어떠랴! 완벽한 계획안에서 살고 있는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완전한 무계획 속에서 나를 퍼지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