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졸업한 따끈따끈한 중학생 새내기가 된 졸업생이 찾아왔다. 이 친구를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나보다 큰 몸집으로 날아다니는데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귀가 쩌렁쩌렁 울리게 말하는 아이다. 그러나 마음밭은 여리고 또래보다 순수하고 맑은 귀여운 친구였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찾아와서 사탕 한 개나, 초콜릿 하나를 책상에 두면서 "선생님 심심하시죠? 이거 드세요." 하며 큰 소리로 말하며 사라졌다. 사라지는데 쿵쾅거리며 사라져서 옆에 있는 책상들이 다 비뚤어져 있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웃음이 터졌고, 그래서 아주 유쾌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이 친구가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졸업생이라 벌떡 일어나 마중하러 나가다 멈칫했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져있고 뒷머리도 얼마 남지 않은 채 묶여있었다. 너무나 낯선 모습에 잠깐 당황했으나 티 내지 않으려 아무렇지 않게 안아주고 반겨주었다.
아이와 눈 맞추며 앉아 도란도란 중학교 생활과 예전 초등학교 때의 추억 이야기들을 꺼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ㅇㅇ아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니? 네 머리는 왜 그런 거야?"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아, 이거요? 지루성 피부염이 도져서 그래요. 제가 좀 힘들었거든요. 스트레스도 심하고..."
아니 기껏 살아봤자 14년 산 아가가 얼마나 힘이 들면 머리털이 다 빠지냐고! 내 마음은 먹먹했다. 마음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렸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감정을 누르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뭐가 그리 힘이 든 거야?" "학교생활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고, 중학교 수업이 이해가 안 돼서 스트레스받았어요. 수업내용을 못 알아들었는데 다음에 또 진도를 나가고, 또 못 알아듣고... 아이들과도 어렵고... 그랬어요." 애써 밝게 이야기하는 아가의 모습에 내 속은 또 쓰렸다.
"ㅇㅇ아 중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곳이 아니야. 공부를 잘하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지. 그리고 공부 좀 못 따라가면 어떠니. 중학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보다 노는 애들이 훨씬 더 많단다. 선생님이 엄마라면 네가 공부 못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로 머리 빠지는 걸 더 속상해할 거야. 힘든 건 알겠는데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몸과 마음이 먼저 건강해지는 게 중요한 걸로." 한참 아이를 다독이며 설득했다.
"지금부터 너는 공부보다 스트레스 줄여서 머리가 잘 나도록 노력하기. 그래서 몇 달 뒤에 꼭 다시 찾아오렴. 네가 건강해져서 오면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줄게. 알았지? 선생님은 이제부터 너를 위해 기도할 거야" 우리는 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했다.
배시시 웃으며 인사하고 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울컥했다. 아가야, 네가 살아가는 세상에 내가 가서 네 앞에 잘 닦인 꽃길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구나. 그러나 네가 네 힘으로 한 발씩 나아가 길을 만들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기게 네 뒤에 나의 기도를 얹어본다. 부디 네 마음과 정신이 회복되어 단단히 세워지고 건강해지렴. 선생님은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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