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몸뚱이를 다시금 부여잡으며

by 영자의 전성시대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뒤, 혼자 남겨질 내가 두려웠다. 가장 두렵게 느껴진 건, 퇴근하고 들어올 때, 가장 친구 같던 아이들의 부재에서 오는 적막이었다. 그렇다면 이 적막을 느끼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저녁시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저녁이면 들어와 가볍게 저녁을 먹고 씻으면 바로 성격묵상을 하는 것이 보통 나의 루틴이었는데, 이제는 월수금은 요가와 필라테스로 화요일은 책 만드는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목요일은 지인들과의 모임으로 꽉 채웠다. 그리고는 뿌듯했다. 남은 금요일은 언제든 여행 갈 생각으로 비워두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2주를 보냈다. 계획하면 물불안 가리고 열심히 하는 지라 똥꼬 찢어지는 줄 모르고 덤볐다. 운동하러 가면 안 되는 동작을 따라 하느라 온몸이 쑤셨고, 화요일의 강의시간에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모두 필기하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저녁 늦게나 들어와 씻고 누우면 바로 잠이 들어 외로울 틈이 없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는 들었으나...


마음과는 달리 몸은 이 생활을 적응하느라 무진 애를 썼나 보다. 설설 가라는 싸인의 근육통을 가볍게 무시하고 견디다 보니 어느새 몸살과 편도염이 내 곁에 들어와 자릴 잡았다. 누군가 조근조근 밟고 있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나의 무지함과 미련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냥 몇 번 외로우면 될 것을 '회피'라는 방어기제까지 써가며 몸까지 고생하나 싶다. 얼마나 더 살아봐야 방어기제 없이 온몸으로 담대하게 현실을 맞이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제는 빈 집에 들어가는 것이 익숙해지려 한다. 내 몸이 희생하는 동안 마음은 적응을 향해 꾸준히 가고 있었나 보다. 방어기제로서의 도피가 아닌, 현실에서 삶의 채움을 위해 이 시간들을 활용해 보리라! 죽을 동 살 동으로 덤비지 않고 즐길 만큼의 힘으로 나가보는 거다. 빚내서 힘을 더 쓸라치면 그 자리에 멈추는 용기도 잊지 않고 말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그러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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