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금단 증상

by 영자의 전성시대

고난주간을 맞이하며 교회에서 매일 묵상집을 주었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로 인해 고통당하신 기간이므로 다른 때보다 경건하게 보내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국룰이다. 나 또한 매일 묵상하며 조용히 기도하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저녁, 호주의 아이들과 화상통화를 하는 중에 "엄마 고난주간인데 금식해 보지?" "아직 몸이 안 좋아서 금식하다가 아플까 봐 겁나.""그럼 나는 저녁 금식하고 엄마는 커피 금식하고, 어때?" "커피를!!!! 알았어... 해보자."


image02.png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이렇게 커피금식이 시작되었다.


지금껏 밥은 금식해 봤어도 커피를 끊어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질 못 했다. 그리고 정말 아플 때 빼고는 커피를 굶어보지도 못했다.


출근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카풀하는 선생님에게 "오늘은 바닐라 라테 한잔?" "선생님 커피 금식이라면서요?" "으앗! 맞아요. 흑흑" 교회라고는 한 번도 안 가본 불교집안인 선생님이 나를 말렸다.


점심시간 뒤쪽에서 "믹스커피 한 잔 드실래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대뜸 "나 먹고 싶어요~~~~"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을 외쳤다.


심지어 평소에는 안 오시던 어머님들이 잠시 찾아오셨는데 그리 먹고 싶던 <아이스 라테>를 들고 오셨다.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나가 이미 내 손에 아이스 라테는 다소곳이 들려있었다. "앗, 어머님 제가 지금 커피금식 중이라 이 커피는 다른 선생님에게 드릴게요."


하루 종일 다리를 달달 떠는 모습도 생기고, 일주일 할 하품을 하루종일 하고 있기도 하고, 실실 웃음도 났다가 점심시간에 졸려서 어찌할 바 모르기도 하고, 뭐 하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금요일이 지나기까지 잘 견딜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내가 커피에 깊이 중독되어 있구나! 밥을 안 먹고는 살아도 커피 안 먹고는 못 살 정도니...

이제 조절과 절제라는 걸 해볼 시기인가 보다.


커피 생각할 때마다 고난주간의 예수님을 더 생각하며 커피중독이 아닌 믿음중독이 돼보려 한다.


image03.png © greg_rosenk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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