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보다 더한 움직임으로 서로가 얽혀있어 한 아이도 제대로 보기 어려운 점심시간의 운동장.
급식을 먹고 당충전을 위해 믹스커피를 타러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무실 한쪽은 통창으로 운동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이 끓는 동안 조용한 교무실에서 밖을 보는 데, 서로 너무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했다.
운동장은 과히 하나의 작은 세계 전쟁을 보는 듯했다. 아이들 중 멈춰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표정이 없는 아이도 없다. 모두 움직이고 있었고 표정은 각기 저마다 다 달랐고. 다들 붙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어쩜 저리 뛸 수 있을까? 어떻게 저리 소리 지를 수 있을까? 죽을 듯이 공을 차면 뭐가 나오나? 저렇게 크게 웃으려면 배가 얼마나 커야 할까? 부딪히면 아플 텐데 저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힘들게 운동장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게 저렇게 재밌을 일인가? 뛰는 것도 아니고 아예 훨훨 나는구나!
위험과 재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아이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의 유년시절의 모습도 떠올랐다.
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목청을 갖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다 먹어버릴 만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아이였다. 버럭버럭 소리 지르면 바로 옆의 아이는 귀가 아프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간혹 선생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 내 이름을 부르시며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라고 하셨다.
거기다가 난 여자아이임에도 엄청 동적인 아이였다. 고무줄놀이를 하다 엄마에게 잡혀 가기도 부지기수고, 고무줄을 끊는 남자아이는 끝까지 쫓아가 내 응징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왜 그리 웃겼는지! 복도에 나가서 손들고 벌 받은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어이없게 웃어서다. 친구들 얼굴만 봐도 웃겨서 주의받다가 계속 웃어서 뒤로 나갔으나, 정신 못 차리고 또 웃어서 복도에서 손을 들고 있었다. 손들고 또 웃던 내 모습이라니...
학교가 끝나면 공부했던 기억은 없고, 늘 친구랑 우리 집에 와서 놀던가 밖에서 뛰 다니던가 했던 기억밖에 없다. 어느 날은 골목집 지붕을 타고 다니며 술래잡기하다 엄마의 빗자루에 맞아 죽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