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엄청 말이 많은 아이가 있다. 단연코 학교에 말하려고 오는 아이다.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못 듣는 게 이 이 친구의 가장 큰 문제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무슨 준비물이 필요한지 듣지를 못하니 기억도 못하고, 가져오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아이가 워낙에도 느린데 말을 하니 더 느려지고,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박자 느리게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잘 못 알아들은 것은 다시 묻곤 했는데, 이 친구가 무언가를 묻기 시작하면 질문의 수레바퀴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 친구의 단점도 명확하지만 장점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따뜻한 성품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그래서 "도와줄까?"라는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아이들은 이 아이의 도움이 별 필요가 없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호기심 많고 정도 많고 말도 정말 많은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이렇다 보니 아이는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활동하는데 서툴러서 나는 아이에게 여러 번 이야기하거나 주의를 주어야 한다. 한 번은 수업준비를 계속 안 해와서 "ㅇㅇ아, 네가 잘 기억하고 챙겨 와야지?" 하니 아이는 "자꾸 까먹어요. 그래서..." 하며 말을 하기 시작하길래 나는 재빨리 "그럼 엄마께 도와달라고 말씀드려." 했다.
아이는 큰 눈알이 이리저리 굴리더니 "선생님, 우리 엄마도 까먹는데요? 그럼 어떡해요?"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이는 얼마나 황당할까? 자기가 안 돼서 엄마한테 부탁했는데 어른인 엄마도 까먹는 상황이니 말이다. 아이에게 메모장에 준비물을 적게 하고 돌려보냈다.
난 아이의 엄마의 상황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일하랴!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정신 똑바로 차려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몇 년째 자꾸 잊어버리는 내 생각도 나고, 이 말을 할 때의 아이의 표정과 얼굴을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나온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자꾸 까먹는 어머님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