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읽는 책 중에 '살아남기 시리즈'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모티브로 얼마 전 다녀온 몽골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
방학을 맞아 올초부터 준비해 온 몽골 비전트립을 떠났다. 다른 팀과 얽히게 되어 우연찮게 고비사막으로 먼저 가게 되었고 2400미터를 6일간 달리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출발 전부터 이 여정에 대해 모두가 두려워했으나 고비사막을 본다는 흥분으로 두려움은 잊을 수 있었다.
저렴히 가고자 새벽을 깨우며 첫차를 타고 달려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작은 봉고차로 이동했고 바로 고비를 향해 출발했다. 처음에는 고속도로라고 좋아했으나 이건 우리식의 생각일 뿐, 이곳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잘 닦인 비포장 도로와 비슷했다.
갈수록 우리는 허리에 충격을 덜 받기 위해 바닥에 담요를 깔기도 하고, 목베개를 하고 목의 흔들거림을 줄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우리는 차의 어딘가를 붙들며 균형을 유지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온몸을 긴장시켜 보호하려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을 보내며 조금씩 근육통들이 생겼으나 캔디처럼 참고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몽골의 비포장 도로를 맞이하며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던 우리는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심한 흔들거림과 싸우던 몸은 패배를 선언하며 열이 나는 사람, 지병이 도진 사람 등이 속출했고 다들 허리가 돌아가고 나 또한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못하고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고통 중에 고비 사막을 맞이했다.
이곳을 보기 위해 3일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중국이 몽골을 침략할 수 없던 지리적 힘, 고비사막이 눈앞에 있었다. 이미 허리와 어깨, 목은 남의 것인 양 거북하고 손발 저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었으나 나는 조용히 고비 사막의 한가운데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얼마 안산 것 같은 인생이지만 굽이굽이 위기도 있고 기쁨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고 나름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이곳까지 어렵게 오면서 그 생각들이 속에서 들끓었는데, 고비를 오를 때도 시끄러운 내 속과 함께 해야 했다. 두 발로 걷다 네발로 기어 올라갔다. 내 인생 중에 네발로 살기 위해 기어갔던 순간들을 기억해 내니 눈앞이 뿌옇게 보이기도 했다.
다들 기운찬 함성으로 올라가는 중이건만 나는 "쌕쌕" 가쁜 숨만 들이쉬며 정상까지 올랐다. 이 고비를 오르면 무언가 해결되려나! 역시나, 위에도 답은 없었다. 그냥 일몰의 때라 태양이 지고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로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사막 끝에는 돌산이 어마어마한 자태로 앉아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내 삶이 나를 누를 때처럼 숨 막히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이 사막과 태산이기에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될 수 있어 감사했다. 큰 존재 앞에서 나의 외침은 개미소리만 했고 거대한 그분께 모든 걸 맡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렇게 다시 3일을 쉬지 않고 달려 울란바토르로 오는데 다시 한번 우리는 육체의 고비를 맞으며 괴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