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에서 살아남기
다행히 고비까지 가는 길에 비가 오지 않았다. 추위와 더위를 왔다 갔다 하는 날씨 속에서 비는 오지 않아 둘째 날 쏟아지는 별무리도 관찰할 수 있었다. 오지게도 부는 바람 속에서 에어베드를 펼치고 담요를 덮고 조용히 하늘을 보니 늘 그 자리에 있었을 그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빛에 익숙해 별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조차 잊고 지내던 우리이기에, 탄호성을 지르며 감탄에 마지않았다. 별이 쏟아지던 그 광경을 생각하면 다시 가고 싶은 착각도 하게 된다. 그 별 속에서 나는 잠잠하지 못한 내속을 꾸짖고 그 별을 마음에 담기를 소망했다.
고비에 도착한 그날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몽골의 8월은 우기였기에 언제 어느 때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그리 비가 오는 것을 본 적도, 예상도 못했을 뿐. 우비도 입고 우산도 쓰면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하고 다음 날 돌아오기 위한 출발을 했다.
워낙 넓은 평지라 몽골인들의 시력이 8.0이 나온다는 것이 실감 날 정도로 가시력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는 지역과 안 오는 지역까지 구분해 보였고 비가 내리는 장관도 멀리서 구경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그 빗속에 있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비로 인해 안 그래도 안 보이는 길은 진흙탕이 되고 흔들림은 더 심해졌으며 방금 생긴 웅덩이들로 인해 잦은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다. 이러다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낄 때쯤 고속도로가 나왔다.
겨우 고속도로로 나왔으나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비에 의해 길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밑에 작은 구멍들로 양쪽의 웅덩이를 조절하나 본데 강한 비를 이겨내지 못해 길 위에 물이 고였고 그 물은 반대편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 길 위를 뚫고 우리 차는 열심히 달렸다. 가다 보니 옆에 뒤집어진 봉고차도 보았고 어제까진 광야 같던 땅덩어리에 수많은 연못들이 생긴 것도 보았다. 가시같이 내리쬐던 햇볕 속에서도 조그만 식물들이 어찌 이리 잘 자랄까 했건만 이 비를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시 같던 내 어느 시간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얻는 단비를 품고 있었기에 나도 이리 어른처럼 자랄 수 있었겠지. 우중을 피해 나오면서도 그 비가 싫은 게 아니라 그 비의 풍경을 떠나오는 게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