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교시 끝나갈 무렵, 책장 너머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키가 커서 책장 위로 쑥 보이는 얼굴들, 나를 찾느라 이리 저리 둘러본다. 올해 졸업한 울 아가들이다. 버선발로 마중 나가듯 나는 헐레벌떡 나가보니 한 달 새 부쩍 큰 중학생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키가 제일 작아 아이들을 우러러봐야 했다. 6학년 때도 이미 키가 컸던 아이들이었는데 더 컸다.
"야, 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 하며 반가움에 머리를 쓰다듬고, 안고, 손 잡고 흔들며 난리였다. 한참 환영하다 보니 "아, 너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 거지? 중학교에서 벌써 사고 친 건 아니지?" 하며 아이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사실 이 아이들은 작년 1년 내내 엄청나게도 속을 썩이던 녀석들이었다. 이 중 한 아이는 6개월 동안 내 옆에 앉아 개인지도를 받은 아이이기도 하다.
징글징글하게 타이르고 훈육하며 가르친 아이들이라 다시 보니 옛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 아이가 내 손에 덥석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어 주어 "이거 뭐야?" 하니 한 놈이 "제 돈으로 산 거예요. 선생님 커피 좋아하시잖아요." 한다. "푸하하하하. 이걸 너네가 샀다는 거야? 작년 내내 선생님 피 마르게 하더니 이제 컸다고 커피로 효도하는 거야?"
요즘 커피 다이어트 중이다. 잠을 잘 못 자서 아침에 한잔 마시고 더는 마시지 않으려 두 달째 성공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그리도 좋아하는 믹스커피도 끊고 갖은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 온 이 커피는 먹어야 했다. 효도가 들어간 가장 달콤한 커피를 어찌 안 먹을 수 있을까! 코 묻은 돈으로 사온, 너무나 맛있는, 잠을 자지 못할 최고의 커피맛이었다!
별짓을 해가며 내 눈물 콧물 빼던 아이들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 한 달 만에 찾아왔다. 다신 보지 않을 것처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녀석들이 커피를 사서 찾아올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하니 훅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제야 선생님의 마음을, 진심을, 정성을, 애정을 느끼고 돌아와 준 너희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쭈욱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