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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는 처음이지!

by 영자의 전성시대

첫 번째 자유여행의 후쿠오카! 두 번째 자유여행의 오사카와 교토! 세 번째 패키지의 후쿠오카!

네 번째 자유여행의 나고야 시작!


일본의 지방 부호도시인 나고야로 1박 2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가기 전부터 검색을 통해 2일간 무엇을 할지, 무얼 먹을지, 무엇을 볼지 등을 알아보고, 이미 다녀온 분들의 일정을 복기하기도 하고, 유튜브로 살펴보기도 하는 등 이미 나고야를 다녀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틀간에 나고야를 모두 담아 오리라는 생각에 그 시간이 즐거웠다.


새벽 3시 반에 출발해 첫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니 9시, 드디어 시작이었다! 파워 J인 동행 덕분에 전혀 헤매지 않고 호텔에 짐을 보관하고 바로 떠난 나고야성, 사실 성은 오사카성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고 쇼군의 집안을 들여다보면서도 일본만의 특색보다는 인간의 계급의식과 특권에 대한 씁쓸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사치와 향락을 누리는 집권자를 떠받드는 나와 같은 범인들, 과연 권력자가 문제인가? 범인들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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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내가 유일하게 가고 싶다고 했던 <노리타게의 숲>을 찾아 걷고 또 걸었다. 이번 여행의 수혜는 나도 이제 일본의 지도를 보며 혼자 다닐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겁이 많은 나는 늘 누군가와 함께 여행했고 외국에 나갈 때는 누군가 이끌면 내가 서포트하는 식이라 혼자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이었었다. 자신은 없지만 이제는 지도를 보며 주체적으로 다닐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틀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뒤로 하고 쨍쨍한 햇빛에 힘들어 갈 때, 계획에 없던 아무 식당으로 들어가 잠시 쉬며 밥을 먹기로 했다. 브레이크 타임 30분 전이라 사람이 없었고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 식당이라 맛을 예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생전 처음 맛보는 장어 덮밥, 못 먹을 맛일까 봐 가장 작은 것으로 주문했건만 진짜 맛있었다. 하나도 비리지 않았고 간이 딱 맞는 아주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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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3가지 방법으로 먹는데, 먼저는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그대로 먹기', '고추냉이와 파를 곁들여 먹기', '옆에 있는 차에 말아먹기'이다. 세 방법 모두 맛있었고 장어가 부족해 밥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참 군더더기 없이 소식하는데 좀 야박했다. 우리나라였으면 적어도 2~3개의 반찬이 나오고 모자라면 더 갖다 줄텐데 말이다.


이후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틀간 5만보를 걸었다. 내 인생 최대로 걸었던 역사를 쓴 나고야. 사실 나고야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이질적인 일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궁금했다. 다음날 아츠타 신궁과 도쿠가와원, 호텔 근처의 공원과 핫플이라는 곳을 죄다 탐방하며 이들의 정갈하며 소박한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집집마다 또는 곳곳에 자리 잡은 신당들을 보며 무속적인 종교가 이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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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교토를 갔을 때처럼 관광지를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내 숨소리도 들릴만큼 고요하고 잘 정돈된 가옥들을 볼 수 있었고, 절제된 모습으로 자신들의 삶에 자족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왜 이런 이들의 역사는 정돈되지 못한 생각과 절제되지 못한 욕심으로 점철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좋은 느낌과 민족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마지막엔 그들의 역사로 마무리하며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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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거리며 나고야의 낮과 밤의 거리를 걸으며, 호텔의 작은 료칸에 일본 할머니와 함께 들어가 몸을 지지며, 두 평 남짓 되는 로컬 식당의 일본 젊은이들과 붙어 앉아 밥을 먹으며, 제단 앞에서 정갈하게 기도드리는 간절한 눈빛의 일본인을 보며, 길을 찾지 못하는 우리에게 세 번이나 친절을 베풀어 준 웨이터에게 감사하며, 동전 구분이 안되어 가는 곳마다 손바닥의 동전들을 스스로 찾아 계산해 준 점원들의 친절함에, 하필 간 날이 코스튬 축제여서 기가 막힌 장면들을 연출해 준 그 많은 일본덕후들의 열정을 보며 또 다른 일본을 느낄 수 있었다.


간지 얼마나 됐다고 이 글을 쓰며 또 여행 가고 싶은 나는 병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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