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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독자와 함께한 작가와의 만남

by 영자의 전성시대

"예에? 8명이요? 아이고오."


길음역 근처 작은 책방 <햇살 속으로>라는 곳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로 했다. 정원 15명이란다. '뭐 이쯤이야 금세 모이지 않을까?' 하는 자만과 '나를 누가 안다고 시간을 내어 찾아와 줄까?' 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시간은 지나갔다. 낯선 곳, 낯선 이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작가와의 만남, 더구나 완전 소수 그룹에서 나를 낱낱이 보여주어야 하는 어색함과 부담 사이에서 또 시간은 지났고 드디어 D-day!


"몇 명이나 모였을까요?" 두근두근. "저 포함 8명이에요." "예에? 8명이요? 아이고오. 알겠습니다." 나는 부랴부랴 2명의 가족을 불러 10명을 맞추고 그곳으로 향했다. 전날 열이 나서 몸살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버티기 위해 주사도 맞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도착 한 서점 주변은 낯설기도 했지만 그리 깔끔한 거리는 아니어서 '이런 곳에 손님들이 찾아오실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들어간 책방은 생각보다 컸고 부드러운 조명이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책방이름답게 <햇살 속으로>를 구현하기 위해 이리 장식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그마한 가게 안은 많은 책들로 꽉 차 있었는데 작은 서점치고는 책권수가 많고 다양했다. 들어선 순간 코로 확 풍기는 커피 향기가 반가웠고 실제로 커피도 참 맛났다. 역시나 구석구석 책소개를 하는 책방지기님의 손글씨도 무척이나 눈길을 끌었다.


두둥! 서가 사이의 작은 공간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실 무대라고 말할 수도 없게 아주 작은 공간에 테이블 한 개와 의자 12개가 놓여 있었다. 맨 뒤에 높은 의자를 두어 가운데를 향하게 세팅해 무대처럼 가까스로 보였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맨 앞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들어 앞을 보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앞에 앉을 독자와의 거리가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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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도 모르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그것도 아주 심하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 생전 모르는 분과 북토크를 하다니, 이미 앉아 기다리고 계신 분도 있어 어색한 티도 못 내고 못내 손바닥만 만지작 거렸다. 그렇게 시작된 북토크! 사회자의 다소 어려운 질문들에 나는 진솔하고 성의 있게 답변했다. 어느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 긴장하며 재미있되 의미 있게, 의미 있지만 공감할 수 있도록, 공감하지만 나의 생각은 분명하게 말하려 노력했다.


주고받는 대화 말고도 앞에 계신 분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연령대는 20~50대 정도의 분들인데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점잖고 경청의 태도도 훌륭했다.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미 1시간 반이 지나가 있었고 클로징 멘트를 할 시간이었다. 나를 모르는, 나도 모르는 이분들과의 낯선 시간이 참 소중했고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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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대에 올라 다수의 강의를 하던 사람입니다. 무대가 주는 공간의 분리가 있어요. 저쪽과 이쪽을 나눌 수 있어 안도감과 안정감이 있죠. 그러나 여기는 바로 눈앞에 계시니 마음이 좀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이리 따뜻한 대화가 오갈 수 있고 짧은 시간 동안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북토크의 공간이 카페였다면 여기는 다방 같은 느낌입니다. 이 다방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분들을 하나하나 기억할 순 없지만 내 책을 읽고 나를 읽으려 와주신 정말 고마운 분들과 몽롱할 정도의 꿈같은 시간은 기억을 넘어 깊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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