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당신은 나의 청춘입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지난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문세, The Best> 공연티켓을 아이들이 선물해 주었다. 물론 옆구리 찔러 절 받기였으나 우리 부부가 뜨겁게 사랑했던 유일한 가수여서 감사하게 받았다. 이문세 공연은 이미 여러 번 갔기에 남편은 "또 가?"하고 물었으나 이분은 분명 가서 신나게 노래하며 춤추실 분이다. 여행 다닐 때마다 꼭 이문세의 노래를 틀어달라 하고 목청껏 따라 부르며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예매를 늦게 한 바람에 우린 뚝 떨어진 자리에 앉아야 했다. 뻘쭘하게 혼자 앉아야 했지만 괜찮다. 이문세니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올림픽 공원에 일찍 도착해 요기를 하기로 했다. 식당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견디기 힘들어 편의점 라면을 오들오들 떨며 먹고 1시간 전에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우와!"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컸고 12.000자리, 전석매진이라는 이문세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움츠린 채 기다리다 잠시 졸기도 했다. 가장 구석 쪽이다 보니 무대가 잘 안보였지만 객석은 아주 잘 보이는 자리여서 사람들이 들어차는 것을 시시각각 지켜볼 수 있었다.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였으나 그 개미들이 자리에 모두 앉는 과정을 보는 건 흥미로웠다. 모두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과 노래를 들으러 비를 뚫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곳에 와 앉아있다는 것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공연은 시작했고 나는 미쳤다. 2곡 빼고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따라 불렀고, 일어나라고 하면 잽싸게 일어나 삐그덕 거리는 몸을 열심히도 흔들었다. 팔을 얼마나 휘둘렀는지 중간에 통증이 있었으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 옆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도 잊고 공연에 깊이 빠져 들었다. 지금까지 왔던 자리 중 최악임에도 최고의 희열을 느낀 것 같다.


이 희열이란 건 가수가 너무 좋아서도 무대의 화려함 때문도 아니다. 이 가수와 함께 한 세월과 노래 가사의 울림과 이 노래와 함께 했던 순간들의 추억들이 나를 울먹이게 했고 가슴을 떨리게 했다. 전주가 흐르고 이문세 씨가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를 부르니 마음이 먹먹했다. 이 노래를 듣던 내 고등학교 교실과 어린 내 친구들이 생각났고, 진짜 세월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

공연의 스킬은 입이 떡 벌어질만했다. 손에 찬 LED팔찌에서 나오는 불빛들과 무대에서 다리가 만들어지고 객석까지 뛰어다니는 공연팀, 댄스와 화려한 영상들,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고 눈을 돌릴 순간도 없이 2시간 30분을 꽉 채웠다. 나도 모르게 "우와"를 외치며 감탄했고 "꺅"을 몇 백번 외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두 손을 모으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명장면은 이런 스킬이 아니었다.


처음 가수가 되고 싶었던 DJ시절부터 이영훈 작곡가와의 만남 등 가수의 인생고백,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댄서들과 합을 맞춰 춤을 추는 늙어가는 가수의 얼굴. 중년의 팬들을 정말 아끼고 감사해하는 표현 그리고 진짜로 함께 세월을 보내며 주름이 곱게 들어 찬 팬들의 중저음의 떼창. 뭐라도 주고 싶어서 문세라면을 만들어 번거로워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는 마음, 농익은 노랫말과 닮아있는 우리네 삶.


몇 번을 눈물을 참고 가다듬었는지 모른다. 앞뒤에 앉아 나와 똑같이 손을 모아 공연을 바라보는 이들이 보였고 그 사람과 같은 마음이어서 그게 또 감동이었다. 그도 아마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그때의 어린 마음이 좋을 거고 음악을 함께 듣던 이들이 그리울 거다. 순수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아팠던 그 시절, 견뎌내 온 내가 아련하고 지나간 세월이 세포 속에서 꿈틀거려 그렇게 마음이 울렁거렸나 보다.

"붉은 노을"로 앙코르까지 부르고 끝났다고 나가라는데도 나가기 싫었다. 잠시 더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고 싶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두 번 생각도 없이 "싫다"지만 그 시절이 싫은 건 아니기에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머물고 싶었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던 소박한 내 청춘, 너무 평범해서 보잘것없었던 내 청춘, 지질해서 부끄럽기도 한 내 청춘, 그런 내 청춘을 소환한 시간이었다.


청춘의 끝을 향하니 화려하지 않고 담백했던 그 청춘이, 평범하게 살 수 있어 감사한 그 청춘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청춘이, 아프지만 성장하고 무언가 되려 사력을 다해 노력한 그 청춘이 지금의 내가 되어있다. 만 이천명의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문세를 보고 있지만 그 뒤의 자신의 청춘과 추억을 느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리라! 눈물을 함께 훔치고 손을 함께 모으며 모르는 사이지만 다 아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리라!


꾸역꾸역 많은 인파와 함께 나오며 "우리 이문세 콘서트는 매년 오자. 와도 와도 너무 좋다."


이문세 씨 당신은 내 청춘의 한 자락입니다. 기억도 나지 않았던 내 청소년기의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세요. 내년에도 또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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