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봐도 아까운 아가가 왔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1학년 울음을 머금고 학교에 입학한 아가, 그 아가가 어엿한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찾아왔다.


아이들 모두가 다 사랑스럽지만, 사실 내 자식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중 진짜 내 자식같이 마음이 흐르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 중 한 분이 안 계신 아이라거나 가정사가 있다거나 아이들과 잘 못 어울리거나 하면 난 본능적으로 그런 아이들을 눈으로 좇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능한 만큼 다가가고 잠시지만 아이옆에 있는다. 아이와 가까워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6년이 흐르면서 진짜 자식 같아지는데, 그러면 헤어질 때 울고불고한다. 진짜 내 새끼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에 찾아온 아가는 평생에 기억할 만큼 마음을 쓰고 정성으로 바라본 아가다. 가정사가 고약해서 아이가 많이 힘들었다.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헛헛해하는 1학년을 본 적이 있는가? 아이의 눈동자가 길을 잃어 어느 곳에도 집중이 안 됐던 아가. 손을 하도 빨아 고름이 꽉 차서 고통스러울 텐데도 기어코 입으로 넣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었던 아가. 누구라도 안아줄라치면 가슴깊이 파고들던 사랑이 고픈 그런 아가였다. 작은 키에 왜소한 몸집, 하얀 얼굴로 바라보던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한동안 아이는 바람처럼 공기처럼 떠다녔고 그런 아이를 모든 선생님들과 나는 붙들고 안정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가정에서는 학교를 비난하는 일이 생겼고 어떤 선생님들은 힘들어하기도 했다. 나 또한 그런 가정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잘못이 아니기에 더 잘해주고 품어주었다. 자라면서 친구도 생기고 적응하면서 사랑스러운 아이로 성장했다. 어느 날, 아이가 회장으로 뽑혔고 나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정작 내 아이가 회장이 되었을 때는 이렇게나 기쁘진 않았었다.


아이가 졸업할 때, 우린 꼭 껴안고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나를 참 사랑해 주었고 아껴주었음을 안다. 차라리 이 아이가 진짜 내 아들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아이가 외롭지 않게 키웠을 텐데. 질기고도 질긴 애착관계를 형성해 흔들리지 않게 키웠을 텐데. 매 순간 스킨십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해 안정감 있게 키웠을 텐데. 세상 네가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을 흘려 방황하지 않도록 울타리가 되어 줬을 텐데. 이런 아쉬운 마음으로 아이와 헤어졌다.


아이는 도통 찾아오지 않았고 나는 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잊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소식도 없이 아이는 찾아왔다. 수업 중이었는데 아이의 얼굴이 교실 뒤에서 쑥 튀어나왔다. 순간 '저 아이가 누구지?' 생각했다. "악~~~~~ 너 ㅇㅇ이구나!" 몸이 먼저 반응했다. 뛰어가 나보다 더 커진 아이를 꼭 안았다. 예전 얼굴이 있지만 많이 달라졌다. 볼살이 없어지고 동그란 눈은 조금 매서워졌으며 턱도 날렵해졌다. 키는 내 코 정도였을 때 졸업했는데 훌쩍 커서 170이 넘어 올려다봐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내 아들이다. 나는 아이의 마음이 편한지 그것부터 들여다봤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예민하게 관찰했다. 행여나 아이에게 어려움이 없는지, 그동안 힘들지는 않았는지 살피느라 마음이 바빴다. 다행히 아이는 여전히 해맑았다. 자기 성적부터 최근 생긴 여자 친구까지 스스럼없이 이야기해 준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며 살짝 긴장했다. 이것도 다행히 괜찮단다. 이야기 나누는 동안도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엄마와 아들처럼.


아이와 헤어지며 또 오라고, 자주 오라고 이야기하는데 마치 장가간 아들 보내는 엄마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아이는 예전처럼 작은 내 품에 파고들며 안긴다. 난 그렇다. 나한테 안 와도 좋으니까 아들만 잘 지내면 된다. 아들이 사랑 많은 여자친구를 만나 따뜻함이 뭔지 느꼈으면 좋겠다. 만나는 선생님이 아이 손도 잡아주고 안아도 주며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좋은 점을 먼저 봐주는 사람들만 아이 곁에 있길 바란다. 그래야 한 사람당 받아야 하는 사랑 총량의 법칙이 들어맞는 거니까.


아들아, 내가 키우고 싶었던 아들아, 죽을 때까지 어디 가도, 무얼 해도 사랑만 받는 사람이 되길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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